"상조회사 설립은 사업 다각화를 위한 출발점일 뿐입니다. 저축은행 인수,웨딩사업 진출 등을 통해 사업 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겁니다. "

오두석 전기공사공제조합 이사장(56 · 사진)은 21일 "최근 상조회사 '엘비라이프'를 출범시켰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 이사장은 "조합 창립 29년 만에 계약 · 하자보증,단체상해보험 등 공제사업 고유업무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영역에 뛰어들게 됐다"며 "엘비라이프는 오는 7월부터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자산 규모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전기공사공제조합은 공제조합 가운데 '알짜 조합'으로 통한다.

조합이 100% 출자(자본금 30억원)한 엘비라이프는 전국 17개 지점과 20개 출장소를 갖춘 조합 영업망을 활용,연내 5000여 회원(사)을 가입시키는 게 목표다.

오 이사장은 "현대건설 · 삼성물산 등 전국 1만2000여 조합원사의 복지 증진을 위해 장례사업에 진출하게 됐지만 전체 상조업계 발달에도 큰 기여를 하겠다는 각오로 뛰겠다"며 "경쟁력 있는 상조 상품을 개발하고 투명한 재무관리시스템을 도입해 3년 내 흑자기조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상조회사의 오너들이 공금 유용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르면서 업계 전체가 신뢰를 잃고 있다"며 "횡령이나 부정비리 없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오 이사장은 상조회사 출범을 앞두고 주변의 우려가 많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국회에서 조합이 장례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전기공사공제조합마저 문어발식 경영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오 이사장은 "조합원사의 회비로 오랜 세월 안정적으로 자산을 불려왔지만 이제는 다양한 사업에 진출해 독자적으로 자산 규모를 늘려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합에 만연한 '조용한 경영'을 탈피하기 위해 상조회사를 세웠고 2~3년 내 저축은행 인수,노인복지병원 개원,전선 · 전기패널 공장 설립,웨딩사업 진출 등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이사장은 취임 2년차인 지난 2월 역대 처음으로 조합원들에게 계좌당 350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액만 총 125억원에 달했다. 조합 내에선 그를 '조용한 불도저'라고 부른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