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아이넷, 자원개발·u헬스사업 날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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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회의 소집하지." 지난해 7월 수화기 너머로 비서에게 전해진 박동문 코오롱아이넷 사장의 목소리는 낮고도 단호했다. 미국이 이란 제재를 결정한 뒤 한국 등 우방국에 동참을 요청하던 때였다. 최고재무책임자(CFO),무역부문 담당 등 주요 임원들이 서울 가산동 본사 10층 회의실에 급히 모였다.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란과의 거래 규모가 한 해 1700억원에 이르는 코오롱아이넷에는 비상 상황이었다.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이란과의 거래를 계속하는 것은 짚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 이란 제재가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거래를 끊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당시 남아 있던 계약액은 400억원으로,적지 않은 규모였다.
박 사장이 입을 열었다. "위험이 있다고 고객을 저버릴 수는 없습니다. 다소 손해가 있더라도 약속을 이행합시다. "
코오롱아이넷은 고객과 함께 거래은행을 비제재 대상으로 바꾸는 등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했다. 결국 수십억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거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무역 · IT '쌍두마차' 체제
코오롱아이넷은 1954년 설립한 개명상사가 모태다. 개명상사는 1964년 삼경물산,1979년 코오롱상사로 이어졌으며,2001년 코오롱상사의 무역부문이 코오롱인터내셔널로 분리됐다. 코오롱인터내셔널은 2006년 코오롱정보통신과 합병해 지금의 코오롱아이넷이 됐다.
개명상사는 창사 이후 10년 정도 흐른 1966년,코오롱그룹의 당시 주력사인 한국나이롱(현 코오롱인더스트리)이 생산한 나일론 수출에 힘입어 수출 100만달러를 돌파한 뒤 이듬해 200만달러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종합상사로서 위상을 굳혀 갔다. 코오롱상사로 문패를 바꿔 단 뒤인 1988년에는 증시에 상장했다.
무역과 함께 회사의 또 다른 축인 IT(정보기술) 분야는 1990년 설립된 코오롱정보통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설립 넉 달 만에 IBM코리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부설 기술연구소를 세운 뒤 이듬해부터 HP,지멘스,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들과 잇따라 제휴관계를 구축했다. 사업부문도 정보처리,시스템 통합(SI)에 이어 통신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합병 뒤에는 올해 상장을 추진 중인 코리아이플랫폼을 비롯해 그룹 내 SI 전문 기업인 코오롱베니트의 지분도 사들였다. 박 사장이 취임한 첫해인 지난해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다.
◆'IT 신성장 엔진' 드라이브
코오롱아이넷은 무역 부문과 IT 부문이 양대축이다. 두 부문의 매출 비중은 8 대 2 정도로 무역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지만,향후 IT 비중을 4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무역 부문은 1977년 일본 오사카 사무소에서 지난해 투르크메니스탄의 아슈하바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15곳에 해외 지사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특유의 파이프라인 전략으로 무역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철강재 완제품 수출입 사업에서 원재료인 스크랩까지 영역을 확대,지난해 이 분야에서만 133억원의 신규 매출을 올렸다. 이 같은 전략이 효과를 거두며 철강 · 유연탄 부문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26.6% 급증한 4031억원을 나타냈다. 화학과 섬유소재 부문 매출도 수출 대행에서 원료 수입 판매로 사업 범위를 넓히며 각각 30% 이상 크게 늘어난 3238억원과 598억원을 기록했다.
IT 부문은 IBM 오라클 EMC 오토데스크 등 파트너와 관계를 맺고 성장하고 있다. 서버,스토리지,보안 등 IBM 모든 제품의 국내 유통을 코오롱아이넷이 맡고 있다. 가산동 본사의 SDI센터에서는 조립 · 생산도 하고 있다.
◆CNG,u헬스케어,스마트그리드가 미래 먹을거리
지난해 말에는 한국가스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즈베키스탄 천연가스 사업에 진출했다. 우즈베키스탄 최대 국영 석유가스 기업인 우즈베크네프테가스와 합작투자 합의서도 체결했다. 8300만달러(93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으로 앞으로 4년간 우즈베키스탄 주요 도시 및 교통망에 충전소 50개를 건설 · 운영하고,연 12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실린더 공장도 설립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CNG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CNG 차량으로 개조하는 등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u헬스케어도 코오롱아이넷의 새로운 먹을거리로 꼽힌다. 2005년 강원도와 원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뒤 서울대병원 가천길병원 경찰병원 등과 제휴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 2009년부터는 교정시설과 병원을 잇는 원격진료 시스템 8건을 잇따라 수주하고 구축을 완료했다.
IT 기술력을 활용해 스마트그리드 분야에도 진출했다. 2008년부터 전주 한옥마을 30가구 및 경주 양동마을에서 지능형 분전반 관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작년엔 230개 영 · 유아 보육시설을 대상으로 시스템을 설치했다.
◆또 하나의 성장동력,코오롱글로텍
박 사장은 코오롱글로텍의 대표도 겸하고 있다. 코오롱아이넷과 코오롱글로텍 간 시너지 효과도 또 다른 기회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카시트 제조업체인 코오롱남바 등을 주축으로 13개 비상장 계열사가 모여 설립한 이 회사는 자동차부품 생산부터 인조잔디 제조,BMW 수입 판매,스포츠센터 운영 등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넘나드는 폭넓은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지난달에는 BMW 판매 대수가 월 1000대를 넘어섰다.
코오롱글로텍 관계자는 "딜러 하나가 월 1000대를 판매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태양전지 관련 국책연구과제도 수행하며 향후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앞장서고 있다. 박 사장은 "글로텍의 제품을 아이넷에서 판매하고,고객을 연결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