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 지역발전위원장(사진)의 책상 위엔 굵직 굵직한 국책현안 보고서가 쌓여 있다. 하나같이 지역갈등을 부르는 예민한 이슈들이다.

국토해양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이전을 검토해 시안을 올리면 지역발전위에서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 4대강 지류 지천 사업 계획도 짜야 한다. 현 정부의 지역 발전 정책의 핵심인 '5+2 광역경제권'개발도 마무리지어야 한다. 때문에 홍 위원장은 지난 4일 취임한 이후 지방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기 위해 광주에서 서둘러 올라왔다고 했다. 그는 LH이전과 관련,원칙 · 투명 · 신속결정을 강조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선 "지방은 피해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스스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특성을 키우면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이다.

▼LH 이전 문제로 지역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정해진 규정과 절차에 따라 해야 한다. 시간을 끌면 뒷말만 나온다. 지역과 관련된 모든 사업이 정치와 무관하진 않다. 지체되면 정치권이 오히려 부담을 느낀다. 자의든 타의든 정치권이 관여하게 된다. 순리대로 하면 된다. 투명하고 공정하게만 하면 오해가 없다. 상반기 중에 결정할 것이다. "

▼LH는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하고 경남에 가기로 돼 있는 국민연금 등을 전북 전주로 옮기는 절충안이 거론되고 있다.

"들은 바 없다. 국토부가 시안을 만들고 있다. "

▼동남권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된 이후 대안은 뭔가.

"김해공항 확장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신공항은 백지화 발표로 매듭을 짓고 넘어가야 한다. "

▼LH 이전,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등을 한데 묶어 발표하자는 주장도 있다.

"일리 있다. 다만 지역별로 나눠주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

▼혁신도시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지난 정부 때 추진한 것이어서 정부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이 정부에서도 발전시킨다고 했으니 사업이 잘되게 해야 한다. 혁신도시 건설이 만만치 않지만 올해 내에 지속적으로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할 것이다. "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지방이 반발한다.

"1980년대 청와대에 근무할 때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만들었다. 아주 강한 규제법이었다. 그 이후 꾸준히 규제가 풀렸다. 특히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수도권은 첨단 제조업으로 바뀌었다. 고급 두뇌가 있고 정보 기술이 있는 수도권이 최적지다. 지방은 피해의식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의 발전 격차가 벌어지니까 영 · 호남에서 불안해 하는데 지방은 특색에 맞는 산업을 발전시키면 된다. 대구경북연구원장을 할 때도 그렇게 설득했다. 지역민에게 장기적인 먹을거리와 일자리를 창출해 주는 게 중요하다. 지방의 중소기업을 첨단화시켜 부품 소재를 공급하도록 업그레이드해 줘야 한다. 그러면 수도권에서 뭘 한다고 해서 반대할 필요가 없다. '윈-윈'방법을 찾아야 한다. "

▼4대강 지류 지천 사업을 결정하려다가 연기됐는데.

"'4 · 27 재 · 보선'하고는 관계 없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가 중요하다. 전문가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4대강 본류보다 오히려 지류 사업이 더 할일이 많고 중요하다. 2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본류와 지류가 같이 살아야 하니까 체계적인 검토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데 완벽한 작품이 안돼 있더라."

▼사업비 규모가 10조원이니,20조원이니 말이 많다.

"제대로 하려면 오히려 훨씬 많이 든다. 지방과 하천,저수지를 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역별 선도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했는데.

"'5+2 광역경제권'개발계획에서 선도사업은 대도시와 중소도시,농촌도시를 네트워킹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수단이다. 관계부처와 협의해 50조원 규모의 30대 선도사업 중 우선순위를 조속히 정할 것이다. "

◆ 5ㆍ6共 10년간 靑비서관…"故김재익 수석에게 많이 배웠다"

홍철 위원장은 5~6공화국 시절 10년간이나 청와대에 근무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서 일 하다가 김재익 당시 경제 수석이 "같이 일해보자"고 제의한 게 계기가 됐다. 두 정권에 걸쳐 청와대 비서관으로 연속 10년간 근무한 것은 이례적이다. 6명의 경제수석을 '모셨다'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역시 김 전 수석으로 "많이 배웠다"고 했다. 1983년 북한의 아웅산 폭탄테러로 김 전 수석이 사망했을 때 "많이 울었다"고 회고했다.

△경북 포항(1945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청와대 경제비서관 △건설교통부 기획관리실장,차관보 △국토연구원장 △인천발전연구원장 △인천대 총장 △대구경북연구원장

홍영식/남윤선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