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9000억원에 달하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앞세워 기업사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담배사업의 성장세가 한계에 이른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KT&G는 소망화장품 인수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소망화장품은 중저가 브랜드 '꽃을 든 남자'와 한방 브랜드 '다나한'으로 알려진 중견 화장품 업체로,지난해 매출 1291억원에 11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KT&G 관계자는 "한방 화장품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검토하는 과정에서 소망화장품 측과 지분 인수 여부 등을 논의한 것"이라며 "이제 막 의견을 교환한 만큼 어떤 식으로 결론 날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인수 · 합병(M&A)시장에서 KT&G의 이름이 오르내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수에는 실패했지만,지난해 현대성우리조트와 의료장비업체 메디슨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작년 11월에는 홍삼을 제외한 건강기능식품과 한방화장품 사업을 전문적으로 펼치는 자회사인 KGC라이프앤진을 설립하기도 했다.

KT&G가 신사업에 적극 뛰어드는 것은 담배시장의 성장세가 꺾인 데다 시장점유율도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은 2000년 90.6%에서 올 1분기엔 58.0%로 떨어졌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BAT(던힐) 필립모리스(말보로) 등 다국적 담배업체의 공세에 밀리고 있어서다. KT&G 입장에선 갈수록 어려워지는 담배사업을 보완해 줄 '정관장' 같은 효자사업을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9월 투자은행(IB)에서 잔뼈가 굵은 강동호 노무라증권 상무를 신사업실장으로 영입한 것도 다양한 새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