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1호기의 고장과 한국수력원자력의 성급한 재가동 발표로 시민들의 불신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전기장치 고장이 났던 고리원전 1호기의 재가동이 한수원의 당초 발표와 달리 계속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지난 14일 사고 직후'경미한 사고'라며 늦어도 15일 오후부터 원자로가 재가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조사결과는 달랐다. 1호기 전원공급 스위치의 온도가 갑자기 올라가며 파손됐는데도 고장 때 작동해야 할 예비용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특히 차단기에 누전이 발생했지만 퓨즈가 곧장 끊어지지 않고 장시간 눌러붙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기술원은 즉시 1호기의 조사 범위를 전기 장치뿐 아니라 원전 전체로 확대했고,이에 따라 재가동 시기도 미뤄지고 있다.

이 같은 재가동 시기 연기는 기본적으로 한수원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됐다. 한수원은 터빈과 원자로까지 정지된 이번 사고를 처음부터 심각한 장애가 아니라고 단정했다. 수리를 마친 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으로부터 성능검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재가동 여부를 최종 승인받아야 하지만,일방적으로 서둘러 재가동 일정을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국민적 불안감만 가중시킨 꼴이 됐다.

고리원전 앞에서 만난 한 사회단체 관계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국내에도 원전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다 고리1호기 편법 수명연장 주장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재가동 일정이 연기되니 원전 관리당국을 믿을 수 없게 됐다"며 불안해했다. 부산시 의회의 한 의원은 "이렇게 원전이 허술하게 운영된다면,원전의 안전성을 누가 믿겠나"라며 "한수원이 사고내용을 은폐 축소했다는 의심을 받지 않게끔 국제적으로 공신력있는 전문검사기관의 정밀검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원전은 편리한 대신 잠재적으로 국민에게 위험하다는 불안감을 준다. 그만큼 확실하게 안전성을 재점검하고,그 결과도 한치 가감없이 공개해 국민적 공감대 속에 원전의 안전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점검 대상에 원전 측의 안전관리역량이 포함돼야 함은 물론이다.

김태현 부산/지식사회부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