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신경숙'? 공지영ㆍ박민규ㆍ조경란ㆍ조정래 물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세계로 가는 한국 출판…(上) 영미권 수출 시동
'우리들의 행복한…' 美 진출 타진
현대적 감성 녹여내고 세계인 관심사 다룬 게 주효
'우리들의 행복한…' 美 진출 타진
현대적 감성 녹여내고 세계인 관심사 다룬 게 주효
신경숙 씨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은 출간 보름 만인 19일 현재(미국 현지 시간) 아마존닷컴에서 베스트셀러 50위,뉴욕타임스 양장본 베스트셀러 순위 21위를 기록 중이다. 신씨의 작품이 일약 독자들의 시선을 끌면서 한국 문학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신씨의 뒤를 이어 해외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할 한국 작가는 누구일까.
일반 독자들은 공지영 씨를,전문가들은 박민규 씨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문학 작품을 비롯한 한국 책의 세계 진출 현황과 문제점,대안 등을 살펴보는 시리즈를 2회에 걸쳐 마련한다.
◆'제2의 신경숙' 누구일까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출판사 편집자,소설가,시인,문학평론가 등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장편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소설집 《카스테라》 《더블》 등을 낸 박민규 씨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독특한 상상력과 문체,발랄하고 위트있는 방식으로 현대인의 삶을 그려 낸 박씨의 작품들이 미국 시장에서 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온라인과 트위터,페이스북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공씨와 박씨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독자들은 사형수와 불우한 기억을 가진 한 여자의 사랑 얘기를 다룬 공씨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해외에서도 많은 공감과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05년 출간돼 국내에서 100만부 이상 팔린 이 소설은 2006년 영화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얻었다.
신씨에 이어 공씨의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번역본을 이미 미국 출판사들에 보내 놓고 최종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대중성이 가장 강한 나라다. 아무리 순수문학(literary)이라도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코드가 없으면 작품은 아주 좋다고 하면서도 계약은 잘 안 한다"며 공씨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홍도와 신윤복을 다룬 이정명의 소설 《바람의 화원》도 미국에 소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지 설문 조사에선 이미 미국에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와 《빛의 제국》을 출간한 김영하 씨와 《혀》를 내놓은 조경란 씨 외에도 하성란 김연수 한강 편혜영 씨 등 비교적 젊은 소설가들이 해외에 소개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조정래 김주영 이문열 김훈 박완서 성석제 씨 등을 추천한 이들도 많았다. 역사물이나 한국적 특수성을 강조한 고전보다는 현대적 감각을 가진 소설들이 해외 진출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인문 교양서 저자로는 《다산선생 지식경영법》과 연암 박지원 등을 다룬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 등을 쓴 정민 한양대 교수,《지식의 대융합》의 저자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등이 2명 이상의 복수 추천을 받았다.
◆선진 시장에 문학부터 수출하라
출판계 인사들은 국내 도서 중에서도 문화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문학 작품을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 출판시장에 우선 소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소설가 한강 씨는 "이스라엘이 정치적으로 갖는 미묘하고 복합적이며 다소 폭력적인 이미지를 아모스 오즈라는 예민하고 뛰어난 소설가가 어떻게 순화시키고 있는지 보라"며 예를 들었다.
아모스 오즈는 《나의 미카엘》 《완벽한 평화》 등으로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세계문단에서 호평을 받는 작가다.
출판사 은행나무의 이진희 편집장은 "미국이나 유럽,일본은 독서 인구가 많아 성공할 경우 많게는 수십만부를 수출할 수도 있고 책값도 비싸 매출 신장 효과가 크다"며 "무엇보다 선진시장에서의 성공은 다른 나라로 시장을 확대하는 '세계 투어'의 시발점이 된다"고 강조했다.
배정아 신원에이전시 이사는 "비슷한 책이라도 우리가 더 잘 만들면 수입하는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영어권 작가와 저작물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성향의 미국이나 영국은 자기네들이 갖고 있지 않은 콘텐츠에만 관심을 가진다"고 조언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