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온 부실 다까발려지니 차라리 후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사태보다 더 큰 놈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A저축은행 대표)

올초 PF 대출 부실 등으로 8개사가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과거의 부실 정리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앞으로 영업할 수 있는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이자제한법 개정이다. 현행 이자제한법은 개인 간 금전거래와 미등록 대부업체에 대해서만 대출금리를 연 3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도 이를 전면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A대표는 "이자율 제한으로 저축은행을 비롯해 제2금융권이 무너지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해 온 사람 중 250만명가량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며 "의원들을 만나 맨투맨으로 설득하고 있지만 (의원들은)서민의 피눈물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B저축은행 대표는 "대부분 저축은행들이 견딜 수 있는 (이자율의)마지노선은 33~34% 수준"이라며 "30% 이하의 이자율로는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B대표는 "(의원들이) 서민 금융 시장이 망가지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7월부터 도입예정인 국제회계기준(IFRS)에 대해서도 "저축은행에 치명적"이라고 비난했다. IFRS에 따르면 개별 대출채권의 담보를 현재가치로 평가해야 하는데,대부분 담보가 부동산경기 활황 시절인 2007~2008년 기준으로 가치가 산정됐기 때문에 새로 평가한다면 충당금 부담이 두 배 이상 가중된다는 것이다. C저축은행 대표는 "국제거래라곤 단 1원도 없는 저축은행이 도대체 왜 국제회계기준을 따라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도 상당폭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건설사들의 잇따른 법정관리를 야기한 PF 부실 사태에 대해서는 반성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D저축은행 대표는 "저축은행들이 산업자본처럼 행동하며 욕심내다 부른 사고"라며 "저축은행들에 모럴 스탠더드가 없었다"고 스스로를 비판했다. D대표는 "한 템포 쉬어가는 미덕을 배웠어야 했다"며 "차라리 다 까발려지고 나니 후련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저축은행 무더기 영업정지 사태에 이어 올해 하반기에 제2의 영업정지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걱정하는 얘기도 많았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배드뱅크가 저축은행 PF여신을 인수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A대표는 "PF 부실사태를 촉발한 원인이 저축은행인데 이에 대한 해결 없이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것은 미봉책"이라고 비판했다.

B대표는 "저축은행에 대한 PF대출한도를 전체 여신의 30% 이내로 제한하는 등 손발을 묶어 놓은 상황에서 저축은행 PF사업장을 (배드뱅크가)인수하지 않고 건설사 연쇄부도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C대표는 법정관리를 전격 신청한 모 그룹에 대해서는 "법정관리 같은 곳엔 절대 안 간다고 하더니 나중에 알아 보니 7월부터 모 회계법인을 통해 준비하고 있었더라"고 비난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