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금융회사 건전성의 핵심 지표인 자기자본(BIS) 비율을 허위로 공시하고 감독당국은 이를 알고도 솜방망이 제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과 감독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20일 조문환 한나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52개 저축은행의 BIS 비율 신고 전후 편차를 조사한 결과,50%가 사실상 허위 공시인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지난해 BIS 비율 3.19%로 신고한 A저축은행의 경우 검증 결과 -4.23%로 차이가 7.72%포인트에 달했다. 1.93%로 신고한 B사는 금감원 조사에서는 -6.78%였다. 금융회사 우량 기준이 BIS 비율 8%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저축은행이 투자자를 기만하는 엉터리 공시를 해왔다는 의미다.

금감원이 허위 신고를 알고도 해임권고 면직 등의 중징계 처분을 내린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대부분 문책에 그쳐 감경 의혹을 사고 있다. 금융회사 검사 및 제재 기준에 따르면 BIS 비율 신고 전후 편차가 3~5%포인트인 경우 직무정지나 정직의 중징계에 해당하며 5%포인트 이상은 해임권고 면직 대상이다. 조 의원 측은 "BIS 비율을 부풀리는 저축은행의 공시가 예상을 뛰어넘어 놀랐다"며 "금융당국이 이를 알고도 방치하거나 묵인하면서 저축은행 부실의 화를 키운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