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한 호흡 / 트와일라 타프 지음 / 한세정 옮김 / 21세기북스 / 197쪽 / 1만2000원
처음엔 몰랐다. 왜 그럴까. 궁금증은 이내 풀렸다. 무용의 경우 공연 땐 물론 연습할 때도 여럿이 움직인다. 독무도 있지만 거의가 군무인 까닭이다. 작품을 완성,무대에 올리자면 음악 · 의상 · 무대미술 담당자와 협업해야 한다. 혼자 쓰고 연주하고 그리는,문인 음악가 미술가와 삶 자체가 다른 셈이다. 밀고 당기되 합의하는 품성이 길러지는 배경인 듯했다.
원제가 '협력하는 습관(The Collaborative Habit)'인 이 책의 저자 트와일라 타프가 세계적인 안무가란 사실은 따라서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토니상을 받은 그의 주장은 간단하다. 어떤 조직이든 성공하려면 구성원들이 함께 호흡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은 1%의 영감과 99%의 협력에서 시작되며,혼자서는 결코 축배를 들 수 없다고도 한다.
책은 '우리는 나보다 힘이 세다'로 시작된다. 독불장군의 시대는 갔다는 얘기다.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의 슬로건은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we can)'였고,미국 프로농구에서 시카고불스 팀이 우승한 건 마이클 조던이 최다 득점을 올린 1986년이 아니라 결승전에서 어시스트 10개를 기록한 1991년이었다는 구체적인 예도 나온다.
저자에 따르면 협력은 습관을 통해 이뤄진다. 창조란 알고 보면 고상하고 고귀한 일이 아니라 때 묻고 더러운 작업이다. 고된 육체노동에서 비롯되며 그 노동이 일상적으로 느껴질수록 결과는 좋아진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은 타고난 게 아니라 스물여덟 살 때 양손 모두 기형이 될 만큼 어렸을 때부터 계속된 무서운 연습을 통해 키워지고 발현된 것이다.
협력 역시 다르지 않다. 계발해야 몸에 붙는다. 첫걸음은 인간관계를 돌아보는 일이다. 껄끄러웠다면 자신에게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럴 땐 틱낫한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를 적처럼 대하지 않아야 남에게 관대해진다. ' 듀크대 농구팀 감독이던 마이크 슈셉스키의 말도 괜찮다. '패스야말로 최상의 플레이다. 농구는 연결 스포츠다. 연결이 끊어지면 의욕을 잃고 지게 된다. '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한다. '공동의 목표를 명확히 하라''계약조건을 따지는 걸 쑥스러워 하지 말라''원칙 특히 시간을 지켜라''파트너가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등이다. 대립된 두 형질이 만나면 우성 형질이 생겨나는 멘델의 법칙이 사람 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얘기다. 단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파트너의 전문성과 책임 영역에 간섭하려 들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게 아니라 사공이 많아야 산도 오를 수 있다며 불특정 다수의 힘을 믿고 관객이든 소비자든 참여시켜 편을 만들라고 말한다. 마지막 조언은 특히 더 명심할 만하다. "협력자는 친구가 아니다. '안 돼'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과는 협력하지 말라.성공적 협력 관계엔 친구도 주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