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26일 오후 5시30분,미국 전역의 7100개 스타벅스 매장이 저녁 영업을 포기하고 일제히 문을 닫았다. 3월 스타벅스의 연례 주주총회 이전에 13만5000여명의 바리스타에게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였다. 이날 매출 손실액은 600만달러나 됐다. 경쟁 업체들은 이 틈에 99센트짜리 에스프레소를 판매했다. 2000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8년간 이사회 회장으로 있던 하워드 슐츠는 그해 1월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이후 이 행사를 고집했다.

본사에서 배달된 DVD플레이어에서 영상물이 흘러 나왔다. 기계에서 에스프레소가 세게 떨어지면 향이 약하고 농도가 묽어지며,너무 느리게 떨어지면 커피가루가 지나치게 곱다는 뜻으로 쓴맛이 강한 에스프레소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완벽한 에스프레소는 점성 강한 꿀을 떨어뜨릴 때처럼 진한 농도의 캐러멜과 같은 향미를 풍겨야 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카페라테나 카푸치노에 들어가는 우유도 효율성을 위해 미리 데워 놓았다가 다시 데워 쓰던 관행을 문제 삼았다. 우유는 일단 열이 가해진 후 시간이 흐르면 특유의 달콤함을 잃기 때문이다.

교육의 목적은 '회사는 여러분을 깊이 신뢰합니다. 그러니 스스로 자신이 만드는 한 잔의 커피가 충분히 만족스럽고 완벽한지 판단해 주십시오'라는 것이었다.

경영사정이 최악으로 달려가고 있는 스타벅스의 현실을 감안하면 커피를 내리는 기본 기술을 교육한다는 것 자체가 한가로운 일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고의 품질에 대한 슐츠 회장의 신념을 꺾을 수 없었다.

《온워드》는 스타벅스의 실질적 창업자이자 오너인 슐츠 회장의 두 번째 자서전이다. 첫 번째 자서전 《스타벅스,커피 한 잔에 담긴 성공신화》가 세계적인 커피 숍 체인을 만들기까지의 성공담을 담은 데 비해 이 책은 급성장이 멈춘 후 매출이 감소하는 스타벅스를 금융위기 속에서 되살려 놓은 3년간의 복귀 스토리를 따른다.

슐츠 회장은 1980년대 중반 평범한 직원으로 일하던 스타벅스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커피 바인 '일 지오날레'를 설립했다. 퇴사 16개월 만에 커피 원두와 분쇄 커피를 봉투에 넣어 판매하던 스타벅스를 인수했다. 당시 34세의 나이에 직원 100명을 거느렸던 그는 현재 연매출 100억달러,54개국 1만6000여개 매장에서 20만명의 직원들이 매주 6000만명 이상의 손님을 맞는 '커피 왕국'을 건설했다.

그가 복귀한 시점은 좋지 않았다. 미국 중소도시와 교외,서점이나 슈퍼마켓 안의 숍인숍까지 매장 수를 급격히 늘렸던 스타벅스는 매장별 매출이 서서히 감소하고 있었다. 2008년 경제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충성 고객의 구매력도 떨어졌다. 커피를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한 맥도날드나 던킨도너츠 등은 '4달러의 카페라테는 사치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공세를 폈다. 사람들은 몇 달러의 지출에도 신중해졌고 건강음료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지는 등 소비 패턴도 급격히 변했다. 한때 40달러 이상 하던 스타벅스의 주가는 2008년 11월 7달러 선까지 추락했다.

《온워드》는 슐츠 회장이 가져온 모든 도전과 혁신의 과정을 시기별로 자세히 묘사한다. 전 직원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줄 만큼 직원들과 동업자 의식을 공유하던 스타벅스가 2008년 미국 내 600개 매장을 폐쇄하고 550명의 직원을 해고한 일,새로운 '브루드 커피'를 개발하고 내놓은 과정,매출 증대 효과가 뛰어났지만 커피의 향을 죽이는 아침 샌드위치 메뉴를 과감히 없앤 일화,개당 1달러도 안되는 인스턴트 커피 '비아'를 출시한 일,물류 시스템을 정비하고 페이스북 등을 이용해 고객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며 얻은 소득 등이다.

무엇보다 "그저 한 잔의 커피가 아닌 스타벅스만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슐츠 회장의 확고한 기업 철학은 여전히 여러 경영전략을 넘어선다.

읽는 내내 커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기업의 경영자와 소비자는 각기 자신이 만들거나 소비하는 제품의 본질에 대해 반추하게 된다. '직원과 소비자,사회에 가져다 줄 무형의 가치와 기업의 이윤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기업 성공의 열쇠'라는 메시지는 빛난다.

매년 10월 초 회계연도가 끝나는 스타벅스는 지난 가을,설립 이래 최고 성과를 냈다. 2010년 회계연도 매출 104억달러,영업이익 14억7000만달러였다. 영업이익률은 13.3%로 1971년 설립 이래 최고치다. 주가는 현재 36달러로 회복됐다. '전진,앞으로(Onward)!'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