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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무에 짓눌린 보안업계 "이혼 안 당하면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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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안사고 부르는 'IT업계 현주소'

    저가수주 관행으로 SW개발자 처우 낮아
    발주사 조급증도 문제…고급 개발자 못 키워
    "이 바닥에선 이혼을 당하거나 병원에 입원하는 게 '훈장'입니다. "

    국내 유명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보안 프로그램 개발자 차모씨(37)가 경력 10년에 얻은 것은 만성피로와 신장염뿐이라며 자조하듯 한 얘기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해온 데다 성미 급한 발주사들에 치여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란다. 그는 "주문은 무척 까다롭게 하면서 시일은 촉박하게 몰아치는 발주사들이 많다"며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사전에 꼼꼼하게 점검할 만한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IT업계는 주6일 근무"

    최근 현대캐피탈 해킹 사건과 농협 전산망 장애 사건 등 대형 보안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경찰과 금융당국은 사고 원인을 찾느라 분주하지만 IT업계에선 "언젠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사고"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저가 수주 관행과 개발자에 대한 낮은 대우,'월화수목금금금'으로 대변되는 열악한 업무 환경 등 구조적인 문제점이 사고의 밑바닥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정보통신산업 노동조합이 개발자 165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5.9시간으로 나타났다. 연간으로 따지면 2906여시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노동시간인 1768시간은 제쳐두더라도 한국 근로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인 2256시간보다도 28.8%가량 많다. 주5일 근무를 기준으로 한다면 IT업계 종사자는 남들보다 하루를 더 일하는 셈이다.

    2009년 국내 한 중견 소프트웨어(SW) 업체의 임원이 신제품 발표석상에서 "프로그램 개발하다가 이혼한 직원도 있다" "한 직원은 아파서 이틀을 병원에 입원했다가 복귀했는데 다시 쓰러졌다"는 등의 발언을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로부터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IT업계의 이런 관행은 수그러들줄 모른다는 게 개발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월 100만원 받는 개발자 수두룩"

    중소 SW업체로 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근무 환경은 둘째치고 적절한 보수조차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SW업체 대표는 "지난해 대기업이 발주한 프로젝트에 하청업체로 들어갔다가 도중에 5억원이나 감액을 당했다"며 "인건비를 생각하면 남는 게 거의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프로젝트를 맡았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찍히면 다음 프로젝트 수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작은 회사일수록 저임금-중노동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개발자들이 넘쳐나다보니 월 100만원이 채 안되는 급여에도 사람들이 몰려든다. 일을 몇 달 하다가 격무에 질려서 그만두는 경우도 많아 고급 개발자를 키워낼 수 없는 환경이다. 김명화 소프트웨어개발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소프트웨어를 '상품'으로 보지 않고 프로그램 개발 인건비를 아까워하는 사회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제2,제3의 농협,현대캐피탈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IT업계 종사자들의 전반적인 처우 개선을 위해 발주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 등 공공기관 발주를 대기업 계열 IT 서비스 업체가 1차 수주를 한 뒤 다시 중소업체에 하도급,재하도급으로 넘기는 수직적 발주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심기보 숭실대 정보과학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분석 · 설계와 개발을 나눠서 발주한다면 중소업체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늘어나고 불공정 거래문제도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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