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경제 위기는 외국 기업에는 오히려 그리스에 진출할 좋은 기회입니다. "

한국과 수교 50주년을 맞은 그리스의 페트로스 아비에리노스 주한 대사(61 · 사진)는 서울 장교동 그리스대사관에서 21일 기자와 만나 "올초 그리스 의회는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패스트 트랙법'을 통과시켰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패스트트랙은 외국 기업이 그리스에서 사업 허가를 받을 때 그리스투자청이 전 과정을 무료로 전담해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법이다. 2억유로 이상의 프로젝트 또는 1억유로 이상의 하이테크 사업,7500만유로 이상 규모에 직원 200명 이상을 고용하는 프로젝트가 해당된다. 그는 "길게는 수년씩 걸리던 투자 허가가 3개월로 줄어들게 됐다"며 "그리스 경제 위기로 임대료,인건비 등 투자비용이 감소한 것도 외국 기업엔 이점"이라고 강조했다.

2009년 1월 주한 대사로 부임한 그는 한국과 그리스의 관계에 대해 "6 · 25전쟁 당시 그리스는 수교를 맺은 상황이 아니었지만 병력을 파견했고 이후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다"며 "그리스에는 삼성 현대 LG 등 한국의 조선 · 전자업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엔 로또 시스템 기업인 인트라롯,액세서리 브랜드 폴리폴리 등이 진출해 있다.

그리스는 해운과 관광의 나라다. 아비에리노스 대사는 한국 기업이 그리스에 진출하기에 좋은 분야로 △조선 △항만 △서비스 △신재생에너지를 들었다. 그는 "발칸반도 남쪽에 위치해 지중해와 맞닿은 그리스는 조선과 항만의 중심지"라며 "중국은 이미 그리스 최대항인 피레우스항에 컨테이너전용 터미널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리스 지역총생산(GDP)의 60~70%,고용의 80~90%가 관광업에서 나와 서비스업도 유망하다"며 "일조량과 바람이 풍부해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한국은 자동차 정보기술(IT) 가전 분야,그리스는 농산물 분야에서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23일이면 그리스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지 꼭 1년이 된다. 그리스 채무 재조정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아비에리노스 대사는 "어떤 채무조정도 하지 않는다는 게 그리스 정부의 입장"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채무조정을 부작용이 수반되는 '의학적 치료(medicine)'에 비유해 "채무조정은 경제적 안정보다 고통을 줄 것"이라며 "채무조정은 유로화와 유로존 은행의 신뢰성을 함께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에 2015년까지 국영자산 500억유로를 민영화해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며 "내년 초에는 합리적인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