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텐진호가 소말리아 해적들의 공격을 받자 박상운 선장(47)은 '매뉴얼'대로 움직였다. 박 선장은 즉시 위험신호(SSAS)를 보낸 뒤 신속하게 배의 엔진을 끄고 선원 20명과 함께 전원 시타델(긴급 피난처)로 피신했다.

프랑스어로 '요새'라는 뜻의 시타델은 해적 공격 등 긴급상황 발생 시 몸을 숨길 수 있는 대피소다. 두꺼운 철판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비상식량과 함께 통신시설이 갖춰져 있고 외부에서 부수고 들어올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

선박의 엔진 등 모든 기관장비를 정지시키고 문을 봉쇄함에 따라 운항 능력이 있는 선원이 없으면 배를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군의 구조를 기다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번 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안전실에는 위성전화기가 없기 때문에 이들이 대피한 뒤 몇 시간 동안 연락이 두절됐다"고 설명했다. 시타델 내부에서는 주파수로 연결되는 무전기로만 통화가 가능하다. 사흘간 버틸 수 있는 식량도 준비돼 있다.

한진텐진호의 경우 별도의 시타델이 있는 게 아니라 선박 자체적으로 기존 시설물에 잠금장치를 보강한 형태로 시타델을 운용한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