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조치의 적정성을 두고 금융감독 당국과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의 소송전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당국은 소송대리인을 민간 법무법인으로 교체해 `심기일전'을 다짐하는 반면 1심 승소에 제재처분 효력정지 결정을 얻어낸 황 전 회장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금융위원회는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에서 황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에 불복,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금융위는 1심에서 정부법무공단이 맡았던 소송대리인을 항소심에서 법무법인 `바른'으로 교체했다.

그만큼 민간 법무법인의 `전투력'을 빌려 소송을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국의 제재는 그동안 감독규정으로 해오던 전직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를 법률에 명시한 것일 뿐이므로, 행정법 불소급 원칙에 어긋난다는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소 취지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황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무리한 투자 지시로 은행에 손실을 끼친 행위를 단순한 경영 판단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1심 재판부가 다루지 않은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며 "황 전 회장은 당시 법규와 내규를 위반한 만큼 제재 결정은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1심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 등에서 황 전 회장은 `전년 대비 수익 63% 증가, 자산 98% 증가' 등의 투자목표를 정해 행내 투자은행(IB) 사업단이 고위험 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구조화 상품 투자를 감행하도록 유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 전 회장은 "당국의 행정행위가 `기본적 절차'를 갖추지 못했다고 1심 판결에서 명쾌한 결론을 내렸는데도 항소심을 제기한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사안을 놓고 세금을 낭비하는 셈"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애초 소송을 낼 때 대법원까지 갈 각오가 서 있었다"며 "만에 하나 나에 대한 당국의 제재에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쳐도 제재를 받을 만한 행위를 한 사실이 없고, 그런 행위를 했더라도 배임 등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떳떳하다"고 맞섰다.

황 전 회장은 "당시 파생상품 투자와 관련된 우리은행 임직원들이 지난 2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 실무자에게 배임이나 횡령 혐의가 없다는 마당에 직접 지시를 내리지도 않은 내게 책임을 묻는 게 온당한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1심 판결을 근거로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에서 정부의 제재처분 효력을 정지한다는 결정을 받았다"며 "현재로서는 금융권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황 전 회장이 금융위를 상대로 제기한 제재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황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할 당시는 퇴직 임원을 제재하는 규정이 없었고 퇴임 후에야 퇴직자도 제재할 수 있도록 입법이 이뤄졌다"며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