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종에 관한한 여의도에서 비관론자가 사라졌습니다. "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자동차업종에 대한 증권가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만큼 요즘 증권가에서 나오는 자동차 관련 보고서는 찬양일색이다. 브랜드 가치 상승과 기업의 질적 개선이 2000년대 초반 일본 도요타를 보는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어떤 점이 냉정하기로 유명한 증권업계 사람들을 환호하게 하는 걸까.

◆일본 지진,속으로 웃는 자동차 주주

해외 자동차전문매체의 분석에 따르면 지진 피해에 따른 일본 자동차 생산업체들의 생산차질 규모는 40만대로 추정된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태로 정상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3개월간 일본 업체들의 글로벌 판매량 손실은 120만대가 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일본에 대한 부품 의존도가 컸던 미국 및 유럽,중국 자동차 생산회사들의 피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원전 피해 반경 내에 있는 일본 부품사들은 베어링(LUBY인더스트리)부터 페인트코팅(도호메키)까지 210개에 달한다.

반면 일찍부터 부품 국산화를 추진해 온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의 일본 의존도는 글로벌 업체들 중 가장 낮다. 모세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업체들이 반등 계기를 찾기 어려운 쇠퇴기에 돌입하면서 현대 · 기아자동차는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톱픽'은 기아차에서 현대차로

이런 와중에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수익성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저가 이미지가 있었던 한국차들의 브랜드 가치는 꾸준히 높아졌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 시장에서 현대 쏘나타와 기아 K5(수출명 옵티마)의 판매가는 동일 차종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올랐다.

조수홍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판매단가와 시장점유율이 나란히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 회사 수익률이 한층 빠르게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들이 꼽는 톱픽은 이달 들어 기아차에서 현대차로 바뀌고 있다. 금융위기와 일본 대지진 이후 글로벌 자동차업계 구조조정의 수혜를 가장 먼저 받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박영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나타나고 있는 미국 판매의 뚜렷한 성장과 수익성 개선세를 감안할 때 그간 주가 상승폭이 너무 낮았다"고 말했다. 윤필중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아차는 현대차와 규모의 차이를 감안할 때 주가가 충분히 올랐다고 볼 수 있다"며 "현대차의 주가상승 기대폭은 55%로 기아차(42%),현대모비스(39%)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