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유럽의 건축박물관이라고 불린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의 나치 독일에 저항하지 않고 길을 내준 덕에 수많은 옛 건축물들이 파괴되지 않고 고스란히 보존돼 있어서다. 프라하는 또한 1년 365일 중 300일은 오페라 공연이 열리는 예술의 도시다. 전문 오페라홀이 7개나 있다. 스메타나,드보르자크,야나체크,말러 등이 모두 체코 사람이다. '아마데우스' '올리버 트위스트' '미션 임파서블1' '나니아 연대기' 등의 영화를 찍은 곳도 프라하다. 이들을 만나러 프라하로 간다.

◆프라하성에서 떠나는 중세 시간여행

프라하는 도시 전체에 중세적 분위기가 가득하다. 차를 타고 다니면 놓치는 게 많으므로 걸어다니며 구경하기에 적당하다. 프라하 여행은 프라하 중앙역 오른쪽의 체코국립박물관에서 시작할 수도 있고 프라하성에서 출발할 수도 있는데 우선 프라하성으로 간다.

"자,여기가 바로 프라하의 삼성동입니다. " 느닷없는 가이드의 말에 "이건 또 뭔 소리여?" 하는 표정을 짓자 가이드는 "창 밖을 보세요"라고 한다. 프라하성에 있는 대통령궁으로 가는 길가에 삼성의 기업 이미지 광고 깃발이 6㎞나 장식하고 있다.

블타바강 서쪽 언덕 위에 있는 프라하성은 동유럽 왕성 가운데 최대 규모다. 제대로 보려면 3시간은 잡아야 한다. 16세기 말까지 보헤미아 왕가의 궁성이었던 성 안에는 로마네스크,고딕,르네상스 등 시대별로 다른 양식의 건축물들이 자리잡고 있다. 옛 왕궁인 대통령궁과 성 비투스대성당,성 이르지교회,황금소로 등이 있는데 체코 정부는 대통령궁의 5분의 3을 개방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헤미아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바츨라프가 10세기에 지은 원형교회를 11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재건축한 비투스대성당 입구에는 한글 안내판도 붙어 있다. 성당 안에는 21개의 예배당이 있고 지하에는 역대 체코 왕들이 안치돼 있다. 옛 왕궁과 성 이르지교회를 지나면 황금골목이 이어진다. 연금술사들이 불로장생의 묘약을 만들던 골목이다. 프란츠 카프카가 살았던 그의 여동생 집이 보존돼 있는데 카프카는 여기에서 '성(城)'을 썼다고 한다.

◆카를교와 구시가지의 매력

프라하성에서 나와 블타바강 쪽으로 가다 보면 카를교를 만난다. 길이 516m의 보행자 전용 돌다리로,17세기 말부터 제작된 30기의 성인상이 다리를 지키고 있다. 다리 중간의 난간에 독특한 모양으로 새겨진 부조에 손을 얹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한다.

카를교 건너편 강변에 체코의 국민음악가 스메타나 박물관이 있는데 그의 생일인 5월12일부터 3주간 '프라하의 봄 국제음악제'가 열린다. 카를교에서 바라보는 프라하성의 야경도 유명하다. 바이올린과 첼로 등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와 여행객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거리의 화가들이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카를교를 지나 거리를 걷다 보면 구시가 광장이 나온다. 광장의 중앙에는 15세기 가톨릭교회의 부패상을 비판하다 화형당한 얀 후스의 동상이 있고,광장의 정면에는 고딕양식의 틴성모교회가 웅장하다. 80m 높이의 첨탑 2기가 우뚝하다. 틴성당 맞은편 구시청사 벽에 있는 천문시계는 이곳의 명물이다. 매시 정각 나팔소리와 함께 12사도가 모습을 드러내는 '사도들의 행진'을 보려는 사람들로 광장은 늘 북적거린다. 역사적인 이야기와 사연을 간직한 장소들이 너무 많아서 여유있게 돌아볼 시간부터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 여행 팁

체코는 독일,폴란드,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와 국경을 맞댄 내륙국이다. 시차는 한국보다 8시간 늦다. 90일 이상 체류하지 않는다면 비자가 필요 없다. 날마다 크고 작은 오페라와 연극,발레 등이 시내 곳곳에서 열리기 때문에 감상의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 좋다.

다른 유럽 선진국에 비해 물가가 싸므로 공연 관람료도 저렴하지만 공연은 최고 수준이다.

영자신문 프라하 포스트나 보헤미아 티켓이 매달 발행하는 프라하 문화이벤트 프로그램,관광안내소에 비치된 공연안내 책자 등을 통해 공연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체코인들이 즐겨 마시는 맥주도 빠뜨리면 아깝다.

프라하=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