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4월22일)는 제41회 지구의 날이었다. 매년 이맘때면 기승을 부리는 황사가 올해는 더욱 강해져 슈퍼황사가 예고된 가운데 얼마 전 일본 원전 사태로 방사능 비 공포까지 더해져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황사는 방사능 수준의 위협까지는 아니더라도 건강 생활 산업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피해를 준다. 눈병 피부병 호흡기질환 등을 유발하는 등 여러 생활의 불편을 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항공기 운항이나 정밀산업도 손실이 크다. 컴퓨터 휴대폰 TV 등을 만드는 곳에서는 작은 먼지 하나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황사가 오면 제품의 불량률이 크게 증가한다. 심할 경우 피해액이 연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피해에도 우리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슈퍼컴퓨터로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고,중국과 몽골의 사막에 나무심기나 하는 정도다. 그동안 부지런히 나무를 심었지만 황사 저감에는 별 효과가 없었고,예측도 빗나가기 일쑤였다.

근원적인 황사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1930년대 북미 대륙에서 발생한 사막화와 황사,그리고 이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먼지 구덩이(dust bowl)라 부르는 이것은 미국 남서부 오클라호마,캔자스,콜로라도,뉴멕시코,텍사스주에 걸친 대평원이 사막으로 변하면서 발생했다.

미국은 서부 개척시대에 과거 초원이었던 이곳에서 풀과 나무를 베어내고 방대한 농경지를 만들었다. 그러나 1931년에 시작된 가뭄은 이곳을 더 이상 경작이 불가능한 불모지로 만들어 버렸고,바람으로 인한 토양침식은 이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아와 질병으로 이곳을 떠나야 했다. 여기서 발생한 황사는 멀리 동부 뉴욕까지 미국 전역을 뒤덮었다.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1935년 이곳을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막으로 변한 대평원을 살리는 셀터벨트(Shelterbelt) 프로젝트라는 국토복원사업을 시작했다. 토양보전청을 설립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했다. 캐나다에서부터 텍사스 북쪽에 이르는 폭 160㎞ 구역을 지정해 관개시설(저수지와 물길)을 만들었다. 침식된 토양을 복원하기 위해 방대한 객토 작업을 했으며,과거 그곳에 살았던 토종 나무를 심었다. 이후 12년 동안 진행된 이 사업은 결국 사막을 옥토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휴경지 관리,윤작,경사지면 덮개 설치 등 토양침식을 방지하는 농법을 이때 개발해 지금까지 미국 전역에서 시행하고 있다. 당시 설립된 토양보전청은 현재 세계 최고의 토양 연구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사막화는 대기 토양 물 식생 지형 등 다양한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나기 때문에 그 방지를 위해서는 여러 분야가 참여하는 입체적 접근이 요구된다. 미국이 당시 과학과 기술 수준으로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접근을 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도 과잉 목축과 경작,가뭄,관개시설 부족 등으로 인한 것이다. 현재 몽골은 국토의 90%,중국은 16%가 사막으로 변해 있으며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식목사업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인공강우 관개시설 객토작업 등과 같은 다각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오는 10월에 경남 창원에서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제10차 당사국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193개국 정부대표와 국제기구,정부 간 기구,비정부기구(NGO),옵서버 국가 관계자 등 3000여명이 참석하고 관람객은 약 8만~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회에서 동북아 지역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보다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박석순 <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 / 한국환경교육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