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인 1984년 12월 인도 보팔시에 있는 유니언 카바이드 공장에서 안전수칙 준수 소홀로 대형 유독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2800여명이 사망하고 회사는 30억달러 이상의 비용을 부담해야만 했다. 법적 투쟁으로 버텼지만 기업의 이미지만 손상받고 결국 2001년 다우케미컬에 합병됐다.

이 사례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기업이 자칫 어떤 결과에 직면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최근 일본 센다이 지역에서 대지진과 원전사고가 발생해 인근 주민과 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원인은 자연재해였으나 사후 관리조직인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대응을 제대로 못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작년 11월 국제표준화기구는 사회적 책임(SR · Social Responsibility)을 규정하는 국제표준으로 ISO 26000을 발표했다. 이 표준에는 조직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다루어야 할 7대 핵심주제(지배구조,인권,노동관행,환경,공정운영 관행,소비자 쟁점,공동체 참여와 발전)와 36개 쟁점이 제시돼 있다. 특히 건강 및 안전,가치의 흐름과 관련한 개념은 모든 핵심 주제에서 다루도록 요구하고 있다. 유니언 카바이드가 사회적 책임을 절감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아직도 생존하는 우수기업으로 남아 있지 않았을까.

ISO 26000은 법적 규제는 아니지만 국제 상거래 표준으로 인정될 것이며,우수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필수적인 기준이 될 것이다. 사회적 책임은 모든 조직이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경제적 책임이나 법적 책임을 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보다 폭넓은 책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회적 책임은 조직의 경영방침이 윤리적인지,제품생산이나 서비스 과정에서 환경 파괴나 인권 유린의 소지는 없는지,지역사회와 국가에 얼마나 공헌하고 있는지 등을 포괄한다.

사회적 책임 국제규격의 준비는 1999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출범시킨 '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GRIㆍGlobal Reporting Initiative)'란 조직에서 시작됐다. GRI는 조직이 스스로 환경적 건전성,사회적 책임성,윤리성 등에 대한 실천성과를 투명하게 정리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표하도록 종용했다.

이제는 신경영 전략을 기업들이 실천할 때다. 신경영이란 기업이 지구의 부족한 자원을 낭비하지 않도록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로 좋은 품질의 제품 ·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기업과 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도록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 전략을 말한다. 이를 위해 ISO 26000 국제표준이 좋은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내달 25일 서울 63빌딩에서 열릴 신품질컨벤션은 주목된다. 이 대회를 통해 사회적 책임이란 개념이 우리 사회에 넓고 깊게 전파돼,우리나라가 신경영 운동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우뚝 설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박성현 <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 / 신품질포럼 대외협력분과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