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스라엘에선 독신자를 인간 이하로 봤다. 로마시대 미혼자는 독신세를 내야했고 고위직 진출에도 불이익을 당했다. 현제(賢帝)로 불리던 아우구스투스 조차 "생명을 만들지 않는 건 살인과 같은 중죄"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인구를 늘려 국가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사람에겐 가혹한 책임을 물었던 것이다. 19세기 프랑스에서도 독신은 전쟁에 나갈 군인을 생산하지 않는 배은망덕한 집단이자 비웃음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현대의 '화려한 싱글들' 입장에선 무슨 가당찮은 소리냐고 열을 낼 만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미혼자는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게 '독신의 수난사'를 쓴 프랑스 학자 장 클로드 볼로뉴의 주장이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학문이 활짝 꽃피었던 그리스에서 철학자들은 철학과 결혼한 것으로 여겨 오히려 독신을 장려했단다. 요즘엔 학자 대신 연예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인기가 높을수록 미혼이거나 결혼을 늦게 하는 게 대세다. '만인의 연인'으로 남아 있으려면 결혼을 일찍해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일까.

그렇다 보니 비밀 결혼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지의 제왕'에 출연한 올랜드 블룸은 미란다 커와 지난해 몰래 결혼한 사실이 알려져 팬들을 놀라게 했다. 홍콩 스타 류더화(劉德華)와 주리첸,리밍(黎明)과 러지얼 커플도 결혼설을 오랫 동안 부인해오다 뒤늦게 인정했다. 청룽(成龍) 역시 결혼 사실을 숨겨왔다.

우리나라에선 2009년 톱스타 이영애가 정모씨와 극비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됐다. 배우 박상아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도 2003년 미국에서 결혼한 사실이 몇 년 후에야 확인됐다. '주유소 습격사건'의 배우 박영규,탤런트 정선경,가수 박상민 이은미 등도 결혼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케이스다. 대부분 원만한 연예 활동이나 사생활 보호가 이유였다.

이번엔 가수 서태지와 배우 이지아의 비밀 결혼 및 이혼 사실이 알려져 떠들썩하다. 5억원의 위자료와 50억원의 재산분할 소송까지 걸려 있어 호기심을 한껏 자극한다. 아무리 스타가 공인이라도 숨기고 싶은 부분은 있을 게다. 또 팬들에게 신비한 모습으로 오래 남고픈 욕심을 이해 못할 것도 없다. 그래도 너무했다. 이 정도면 비밀을 넘어 거짓에 가깝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어떻든 살면서 비밀은 없는 편이 낫다. 있으면 개운치 않고 들통나면 난감해진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