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쏟아진 질문은 산업 정책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차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최 장관의 경력 때문인지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환율,물가,유가,고용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이 이뤄졌다.

최 장관은 '적정 환율'이라는 말로 고환율 정책의 필요성을 피력했고 고용과 관련해선 산업인력 양성 방안도 제시했다. 물가상승 압력에 대해선 주로 공급 측면에서 비롯된 만큼 환율 금리 등 거시정책으로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정부 내에서도 청와대 지경부 등의 입장이 언론에 다르게 나왔다. 초과이익공유제를 과연 어떻게 봐야 하나.

▼최 장관=이 제도를 실행하려면 대기업 이익의 원천이 어디인지부터 따져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예컨대 경쟁업체의 화재 때문이라면 '윈드폴(windfall · 뜻밖의 횡재)'이고 반대 상황도 생길 수 있으니까 이익을 유보해야 한다. 대기업 내부 혁신이라면 직원들에게 이익을 나눠줘야 한다. 이익을 나누는 공식을 어떻게 할지도 어렵다. 정상이익과 초과이익의 기준을 나누는 것도 쉽지 않다. 정부가 나누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

▼홍순영 경기개발연구원장=동반성장에 대한 대기업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려면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최 장관=동반성장지수를 산정해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하도급 실태조사를 면제해 준다든지 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기업 스스로 동반성장이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면 열심히 실천하지 않겠나.

▼이근 서울대 교수=최 장관은 환율 주권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물가를 잡고 내수산업도 키울 수 있도록 (고환율) 정책 기조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최 장관=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에선 대외적인 경제변수에 자꾸 휩쓸린다. 대외균형과 대내균형이 충돌하면 먼저 대외균형에 신경써야 한다는 게 경제학 이론이다. 1995~1996년 무역수지 적자가 크게 났는데 그때 물가라도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쟁이 있었고 결국 물가를 선택했다. 그것이 1997년 외환위기를 불렀다. 물가를 생각해서 환율을 건드리는 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

▼김일섭 한국형경영연구원장=정부가 물가를 잡는 방식이 20~30년 전과 같다.

▼최 장관=2009년 봄 필리핀대사 시절 현지에 진출해 있는 기업 사람들과 '구리 가격이 t당 3000달러는 가야 수지가 맞겠는데 언제 그렇게 되겠느냐'고 얘기했다. 그런데 지금 1만달러 가까이 간다.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공급 측면에 문제 있을 땐 기업에 임금 올리지 말고,매점매석하지 말고,가격을 비합리적으로 올리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 외에는 정부가 별로 할 게 없다. '멋지게 금리 올리고,멋지게 거시경제 수단 쓰지 왜 구차하게 하느냐'고 하는데 공급 측면이라 그렇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영리 의료법인 허용 법안이 지지부진한데 임기 내에 처리할 의향이 없나. 정부가 유가를 계속 관리할 건가.

▼최 장관=영리 의료법인은 복지 측면에서 어떤 파급효과가 있는지 서로 다른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유가는 통제가 아니라 기업들이 1분기에 굉장히 이익을 많이 냈고 정유산업은 과점이므로 정부의 통제 상태에 있다는 시그널을 주니까 부담을 느낀 정유사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보고 그런 의사결정을 내린 것 같다.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다.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전국 고등학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는 장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긴 힘들다.

▼최 장관=그래서 추진하는 것이 산업단지를 개발하는 QWL(quality of working life)사업이다. 산단 내에 박사학위까지 딸 수 있는 학교시설과 문화공간을 조성하면 젊은이들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스터고를 좀 더 고학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5학년제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백수경 인제백병원 부이사장=역대 대통령마다 의료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했는데 잘 안됐다.

▼최 장관=지경부에 바이오헬스과가 있다. 바이오산업과 헬스(건강)를 연결한 거지 정확히 의료는 아니다. '정보기술(IT) 병원 수출'은 경쟁력이 있는 분야다. 의료산업 측면에서 다시 들여다보겠다.

▼최순자 인하대 교수=산업기술인력 양성을 교육과학기술부가 맡고 있다. 산업 연관성이 큰 지경부가 했으면 좋겠다.

▼최 장관=말씀대로 산업인력은 산업을 주관하는 부처가 들여다봐야 정확하다고 본다.

▼임석식 한국회계기준원장=위안화의 국제통화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최 장관=시저가 갈리아를 정복하러 갔을 때 국제어는 로마어가 아니라 여전히 그리스어였다. 한번 국제 표준이 돼 전 세계가 공용하기 시작하면 바꾸기가 어렵다. 위안화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통화정책의) 질적인 측면이나 (복수통화바스켓체제를 유지하는)중국의 통화체제 등을 감안하면 국제 스탠더드와 아직 거리가 있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지경부는 최근 신흥국가들에 △산업육성 지원 △자원개발 △원전 · 발전 인프라 건설 등을 묶은 그랜드 패키지를 제공하는 통상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전 부처가 함께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최 장관=범정부적인 접근을 해보겠다. 문제는 이 같은 조직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노력하고는 있다.

▼진영욱 한국투자공사 사장=우정사업본부가 금융업무도 하고 있다. 역대 지경부 장관들이 이 문제를 거론한 적이 없다.

▼최 장관=의정부 우체국을 가봤더니 직원 300명에 연 25억원 흑자를 냈다고 하더라.금융과 우편 물류를 갖춘 중소기업이다. 우체국은 산간벽지까지 다 가 있는데 금융사들은 그렇지 않다. 대립하는 측면을 줄이고 네트워크 밀도를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상생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