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이어 미국과 독일 정부도 휘발유 가격을 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단기간에 휘발유 가격이 치솟은 데 대해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지지도까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석유 투기세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으며 독일 정부는 주유소들의 휘발유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투기세력 색출에 주력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네바다주 리노 타운홀미팅에서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투기,가격 담합,사기 등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근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미 법무부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연방거래위원회(FTC),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증권거래위원회(SEC),농무부,에너지부,재무부 관계자들로 특수조사팀을 꾸렸다. 이 팀은 원유와 휘발유 가격 조작,이를 위한 공모와 사기 등 각종 불법행위를 집중 조사한다. 원유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요인은 물론 현물 투자자들의 투자 관행과 선물시장 지수 투자자들 및 투기세력의 역할도 조사하기로 했다.

미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가장 낮은 등급의 휘발유(레귤러) 평균 가격은 2008년 7월 갤런당 4.05달러로 치솟은 뒤 금융위기로 12월 갤런당 2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 20일에는 갤런당 3.84달러(ℓ당 1117원)로 다시 급등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얼마나 올랐으면) 비밀경호팀이 내가 직접 주유할 수 없도록 막을 정도"라고 전했다.

◆유가 상승이 지지도 낮춰

오바마 대통령이 이 같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데는 정치적인 배경도 있다는 분석이다. 유권자들에게 체감지수가 높은 유가가 고공행진하도록 방치한다는 인식을 주면 내년 재선을 노리는 그에게 큰 부담이 된다. 이달 초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연율)로 2009년 12월 이후 최고치였다.

게다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마저 신통치 않다. 뉴욕타임스와 CBS방송이 공동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국정 운영을 잘 못한다'는 응답이 70%,'경제가 더 나빠졌다'가 39%에 달했다. 야당인 공화당과 석유개발업체들의 화살을 피하자는 의도 역시 엿보인다. 공화당과 업체들은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 수습 이후 오바마 정부가 이 지역의 심해유전 개발 허가를 늦추는 바람에 원유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독일 정부도 유가를 잡기 위해 주유소들의 가격 담합 의혹을 조사하고 나섰다. 독일 DPA통신은 "고급 휘발유 가격이 ℓ당 1.59유로(2503원),디젤유 가격이 ℓ당 1.47유로(2314원)에 이르는 등 기름값이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폭등했다"며 "상당수 독일인들이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싼 오스트리아 등으로 구매 원정을 떠나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독일의 공정위원회 격인 연방독점조사국은 100개 주유소의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 중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김동욱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