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요?. 항상 오늘 그리고 지금…."

언제부터였을까. ‘빨간 머리’ ‘맨발’로 이미지를 구축하던 가수 김장훈이 ‘기부 천사’, ‘적자 가수’ 김장훈이 됐다.

“어느새 제가 ‘기부 천사’가 됐어요. 물론 나쁘지는 않죠. 하지만 저는 가수잖아요. 기부도 물론 계속할 생각이지만, ‘가수 김장훈’이라는 타이틀을 빨리 되찾고 싶어요.”

“최근에 TV에서 봤는데 남을 돕거나 도우려고 하는 의지가 발동이 되면 기분이 좋아지는 옥시타신이라는 호르몬이 나온대요. 내가 그 맛에 중독된 건 아닐까요(웃음).”

김장훈은 ‘가수 김장훈’이라는 타이틀을 찾기 위해 올해 남다른 목표가 있다. 바로 1년 동안 소극장 공연하기.
데뷔 21년 차로,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해 대형 콘서트 등 수많은 공연을 펼쳐온 그지만, 올해 만큼은 자신의 팬들과 가까이 소통하고 싶단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싶단다.

지난 18일 밤에도 어김없이 소극장 콘서트 '세상에서 가장 큰 공연'을 펼치고 있는 김장훈을 만났다.

서울 홍대 앞 ‘클럽타’에는 100명의 팬들이 들어설 수 있는 작은 공간으로, 이날도 평일에도 불구하고 팬들로 꽉 찼다.

취재진이 그곳을 방문했을 때에는 이미 전날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나는 가수다’ 출연 발언과 관련한 뒷담화(?)가 한창이었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에요.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한 다른 가수들이 소외와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운 거죠. 출연을 하고 안하고는 본인의 의지 아닌가요. 출연했다고 실력 있는 가수이고 하지 않는다고 해서 실력이 없는 가수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예술이라는 게.”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김장훈은 자신을 둘러싼 이야기도 나누고, 팬들의 사연도 듣는다. 12년 된 팬들도 있고, 나이가 지긋이 든 ‘어르신’ 팬들도 있다.

공연장이라기 보다는 술 한잔 하는 자리라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거 같다. 청소년 관객이 없는 것을 확인한 김장훈은 관객들에게 소주를 선물(?)했다. 그러면서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마치 술자리에 모인 친구들의 대화처럼.

이날도 어김없이 ‘통 큰 택시비’를 쐈다. 한 사람당 2만원. 200백만 원이라는 거금을 흔쾌히 내줬다.

공연을 마친 후 만난 자리에서 김장훈은 “기부요? 택시비요?. 다 제가 좋아서 하는 거죠. 공연 이틀 정도 하면 천여만 원 정도의 수입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공연 대관비, 스태프들에게 들어가는 비용, 팬들에게 돌려드리는 비 하고 나면 남는 게 있을까요? 당연히 없죠. 하지만 올 해 만큼은 기부다 독도다 생각 안하고 공연만 해보는 게 꿈이에요. 고마운 팬들에게 해 준 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그는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나는 진정 행복하다. 바로 이 순간”이라는 말을 연거푸 했다. 후배 가수 휘성이 자신에게 부럽다는 말을 했다는 농담과 함께.

그러면서 ‘45살’ 김장훈은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단다. 여자는 좋아한다. 여자 연예인들로부터 대쉬 받은 적도 있다며 살짝 귀띔하는 여유도 부렸다.

“어릴 때는 반항도 하고, 운동(시위)도 하고 참 거칠게 살았어요. 그러다 의식있는 삶을 살고 싶었고 음악을 했죠, 지금은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인, 그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살고 있어요. 여자에도 물론 관심은 있죠. 과거에 사랑도 물론 했구요. 하지만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어요. 지금처럼만 살고 싶어요.”

결혼도 관심 없고, 자신의 명의로 된 집 한 칸도 없다. ‘기부천사’, ‘적자 가수’ 김장훈은 노후를 어떻게 준비 할까.

앞선 공연장에서 김장훈은 팬들에게 “내가 주는 모든 것들에 대해 부담을 갖지 마세요. 저 재테크합니다. 변핵보험이라고, 60살 이후에는 돈을 많이 준다네요. 제가 보험을 든 이유는 나이 들어서도 팬들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에요. 돈이 있어야 이런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고, 소주도 한 잔 할 수 있잖아요(웃음).”

김장훈의 유일한 재산이자 재테크가 바로 변핵연금보험, 달랑 하나다.

지인에 따르면 김장훈은 들어올 수익을 예상해 기부를 한다. 그런 다음 수익이 들어오면 그 빠져나간 지출을 막는다. 때문에 김장훈에게 돌아가는 돈은 거의 없는 셈이다.

“변액연금 가입했다니까요. 60세부터 꽤 많이 주는 거 같아요. 몇 천만 원이라던가. 더 넣으면 더 많이 준다고 하니 능력 되면 더 넣을 생각이에요(웃음). 그것만 있으면 되죠. 집 욕심, 풍족한 삶? 그런 기대는 없습니다.”

반항아에서 의식있는 가수가 되고팠던 김장훈. 때문에 어려운 이웃 돕기에 동참하고 한 발 더 나아가 독도 문제에 5년 동안 목청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반짝’하는 독도 관심에 힘이 빠질 때도 있단다.

“독도 교과서 문제가 불거진 이후 딱 3일 동안만 관심이 일더라구요. 독도 문제는 저 혼자 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저는 특히 가수이기에 문화적 접근만 가능하고 정치적으로나 다른 부분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일본 대지진 돕기 성금을 내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도 ‘일개 가수 중 한 명’으로서 작은 의지였어요. 독도를 홍보하는 제가 일본을 돕고 나서는 것이 과연 옳은 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죠. 그들이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일본을 돕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나의 태도의 딜레마였죠. 지금도 도와야 하는 게 맞는지 고민 중이에요.”

김장훈 다운 소신 발언이다.

인터뷰 내내 특유의 솔직한 발언을 이어간 김장훈은 “21년 동안 노래를 해왔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인정받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기부도 이어가겠지만 가수 김장훈이 되고 싶어요. 후배들이 저를 부러워하거나 롤 모델로 생각을 하든 안하든, 혹은 제가 죽은 후 대중들이 어떤 가수로 생각할 지는 관심 없어요.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팬들과 노래하고 싶고 그렇게 살다 가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진심으로 팬들만 있으면 돼요.”

김장훈은 소신을 뛰어넘어 때로는 독설을, 냉소를 퍼붓기도 한다. 의식이 있는 가수가 되고픈 게 그의 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오해를 살 수도 있고, 앞으로의 행보에 적지 않게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러나 김장훈 그는 기부천사이면서도 거친 발언과 직언을 굽히지 않는 이 시대 진정한 ‘반항아’이기에….


한경닷컴 김명신 기자 s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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