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잇달아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터전인 증시 '윗목'은 아직 차다. 화학 자동차 등 잘나가는 종목만 계속 오르는 '차별화 장세'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자문형 랩어카운트로 들어온 개인자금이 대형 우량주를 편애하고 있는 데다 1분기 실적 발표로 업종별 표정도 대비되고 있어서다. 다만 최근 부진했던 정보기술(IT)업종이 선전하면서 주도주 확산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화학 · 자동차 '2강' 여전

최근 상승장을 이끈 화학주의 올 수익률은 36.13%로 코스피지수 평균 7.16%의 5배에 가깝다. 운수장비가 27.75%,철강금속업종도 11.86% 올랐다. 반면 전기가스(-14.69%)와 통신업(-12.78%) 기계(-12.67%) 등 18개 전체 업종 중 11개는 평균주가가 오히려 떨어졌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락 종목 수 대비 상승 종목 수 비율을 나타내는 ADR지표(20거래일 누적 기준)도 지난 14일 고점을 찍고 하락 중"이라며 "시장 수급이 갈수록 일부에 집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원성이 자자할 수밖에 없다"며 "소수 대형주만 오르는 한국판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장세가 도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과 자문형 랩의 우량주 '편애'

자문형 랩도 우량주 중심의 수급 구조를 떠받치는 주역이다. 국내 주요 자문형 랩들이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는 현대차하이닉스 LG화학 등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일반 펀드와 달리 소수 우량주에 투자하기 때문에 기존 펀드에 비해 매수세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박 연구원은 "순매수 행진을 했던 외국인은 이제 일부 업종이나 종목을 선별적으로 매수할 수밖에 없다"며 "투신 역시 펀드자금 유출 때문에 수익률을 관리하려면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1분기 실적 발표도 주가 차별화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본 대지진 이후 2~3분기 영업이익 개선이 예상되는 기업 5개 중 4개가 상승했다. 실적과 무관하게 이미 오른 종목은 1분기 실적이 드러나면 실망감으로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IFRS 도입으로 실적 발표가 다음달 중순까지 천천히 이어지기 때문에 실적 모멘텀을 더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무건전성 문제도 희비를 가르는 요인이다. 부진했던 건설업종의 경우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고,은행들도 이들의 법정관리 소식으로 대손충당금 부담이 높아지는 등 엎친 데 덮친 격이다.

◆IT의 주도주 복귀가 온기 확산 열쇠

업종별 차별화가 극심해 보이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아직 멀었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김철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강세장이던 2007년 1~10월 상위 3개 주도 업종의 초과 수익률은 68~144%에 달했다"며 "최근 주도주인 에너지 자본재 자동차 · 부품업종의 초과 수익률은 24~102%(2010년 5월~2011년 4월21일) 수준이라 아직 여유가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부 종목에 과열 조짐이 일면서 저평가 가치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희망적이다. 전날까지 사상 최고치를 이끌었던 화학(-0.46%)과 운수장비(-0.14%) 업종이 22일 하락한 반면 부진했던 은행(2.72%) 금융(1.70%) 건설(1.50%)이 모처럼 상승했다.

특히 IT업종의 주도주 복귀 여부가 관심사다.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증시의 온기를 확산시킬 열쇠로 꼽힌다. 그러나 IT주가 부상하면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맞선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펀드 유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투신권이 IT주를 담으려면 불안한 금융이나 통신주의 비중을 더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니프티피프티

nifty fifty.1970년대 미국 증시가 장기 상승하는 과정에서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가 집중되며 상승을 주도한 50여개 우량주를 일컫는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