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코스피 2200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주역은 단연 화학과 자동차 '투톱'이다. 이달 초부터 지난 22일까지 화학업종 지수는 13.73% 뛰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4.32%)을 훨씬 앞질렀다. 자동차가 포함된 운송장비업종은 10.90% 올랐다. 요즘 시장의 관심은 쉼 없이 달려온 이들 투톱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온통 쏠려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투톱 랠리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한 가운데 일부는 "화학업종의 경우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라 조만간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화학주는 자동차와 함께 한국 증시 2200시대를 열어가는 '대표주자'다. 고유가에 따른 실적개선 등을 이유로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한국거래소 화학업종 지수는 13.73% 뛰었다. 같은 기간 동안 코스피지수 상승률(4.32%)을 훨씬 웃도는 성적이다.

주요 종목들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4월 들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LG화학의 4월 상승률은 21.52%에 달한다. 금호석유화학(56.18%) 호남석유화학(10.58%) OCI(23.48%) 등도 높은 상승률을 올리고 있다.

1분기 실적도 좋다. 호남석유화학은 1분기에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1분기 영업이익이 581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7.59% 늘었다. 매출과 당기순이익도 3조9425억원과 4679억원으로 각각 60.02%와 95.01% 증가했다. 회사 측은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탄탄해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제 '화학주가 언제까지 달릴 수 있을까'에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의 예측은 다소 엇갈린다. 이달 초까지만하더라도 "상반기까지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경계론'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단기간에 주가가 너무 빠르게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상반기 내내 상승 지속할 것"

박정아 삼성증권 연구원은 "화학주의 상승세가 3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순수 화학제품과 더불어 전기 · 전자,소재사업을 보유한 LG화학을 최선호주(톱픽)로 제시했다. 박 연구원은 "화학주는 내년 말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중국을 중심으로 실적개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분기 중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견조한 가운데 하반기로 갈수록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안정되면서 긴축우려도 완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연주 대우증권 연구원도 "화학제품의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대지진에 따른 일본의 재건수요가 더해지면서 실적이 지속적으로 좋아질 것"이라며 '긍정론'에 힘을 실었다. 박 연구원은 LG화학과 OCI를 톱픽으로 제시했다.

그는 LG화학의 경우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부문의 시장지배력 확대와 고부가 화학제품군 생산시설 증설로 경쟁력이 '레벨 업'되고 있는 점을 톱픽 선정의 배경으로 꼽았다. OCI는 태양광 수요 확대로 폴리실리콘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박 연구원은 "중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에 일본 재건수요까지 더해지면서 화학제품 가격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욱 한맥투자증권 연구원도 "일본 지진에 따른 수혜,고부가 제품군 생산시설 증설 등으로 실적개선이 이어지면서 올 한 해 동안 화학업황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톱픽으로는 최근 생산시설 증설 효과를 보고 있는 금호석유화학과 PVC 및 태양광 부문에서 중국 매출 증가세가 예상되는 한화케미칼을 꼽았다.

◆"너무 올랐다"

최근 주가상승세가 다소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화학주의 상승속도는 너무 빠르다"며 "2분기부터 종목별로 차별화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분기의 경우 석유 · 화학제품의 원가부담이 높아지고 있고 중국의 긴축강도가 강해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가 다소 조정받을 수 있다"며 "다만 차별화된 제품군을 선보이는 업체나 다각화된 기업은 2분기에도 실적호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중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엔화약세와 일본 경쟁 업체의 조업재개 등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의 일본지진 수혜강도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화학업종의 경우 주가급등으로 경기확장기였던 2007년의 밸류에이션 수준에 올라와 있다"며 "주가가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