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쉬는 것도 투자…자금 일부는 항상 빼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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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방배PB센터 박승호 PB팀장
박승호 국민은행 방배PB센터 PB팀장(사진)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다. 특히 그는 자산을 불리는 것도 중요하지만,일정액으로 불어난 고객의 자산을 적정한 수준에서 지키는 것도 그에 못잖게 중요하고 어렵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양을 잘 빼야 수익의 달콤함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환매의 기술'은 세 가지다. 첫째,일정액을 늘 빼둔다. 둘째,시기를 잘 따진다. 셋째,주기적으로 한다. 간단하게 들리지만 들여다 보면 깨알 같은 노하우가 숨어 있다.
◆돈을 쉬게 하라
그의 포트폴리오 구성 첫 원칙은 '일정액을 빼 두는 것'이다. 대기자금,혹은 예비비라 부르는 '연못물' 돈이다. 어딘가에 투자하거나 급한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해 일부 자금을 '놀리는' 것이다. 박 팀장은 "쉬는 것도 투자다"라고 표현한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대기자금으로 인해 자산 운용 결과가 크게 달라졌던 고객 2명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A씨와 B씨는 모두 자산 규모가 30억원가량이었다. A씨는 2008년 중순 10억원가량의 상가를 사려고 펀드 중 상당 부분을 환매했다. 급매물을 잡으려면 현금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부도로 금융위기 여파가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A씨는 상가를 사는 것을 포기했다. 나머지 자산 20억원 중 8억원어치가 금세 사라졌다. 그나마 일단 기존 펀드를 일찍 환매한 덕에 손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A씨는 2009년 이후 다시 투자를 시작해서 현재 원래 자산 규모보다 많은 36억원으로 불렸다.
반면 B씨는 전체 보유자산의 절반 이상을 국내주식 브릭스(BRICS) 중국 러시아 원자재펀드 등에 투자하고 있었다. 2008년 6월부터 10월 사이에 B씨의 자산가치는 40%나 하락했다. 박 팀장은 "그날이 또렷이 기억난다"며 "(B씨가) 2008년 10월22일,최저점이었던 날에 펀드를 다 환매하고 정기예금으로 바꿨다"고 기억했다. "대기자금이 없는데 30억원 자산이 20억원 아래로 떨어지니 한계가 왔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B씨는 정기예금에 1년 든 뒤 2009년 하반기에 다시 투자를 시작했지만,투자상품 비중을 갑자기 늘리기 어려워 단계적으로 늘리다 보니 자산 성장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며 "대기자금이 있었다면 선택의 폭이 더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기를 조절하라
그는 환매할 때는 항상 두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는 '내가 지금 이 돈이 필요한가'다. 두 번째는 '다른 매력적 투자처가 있는가'다.
그는 "꼭 돈이 필요치 않더라도 단순히 수익이 최근에 나빠져서,아니면 옆에서 누군가가 '그건 별로야'라고 한다는 이유로,또는 오래 기다렸는데 기대치만큼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환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두 가지 조건이 달성되지 않았다면 환매를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다만 목표수익률이 달성됐기 때문에 환매하는 것은 제외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등 세금 부담을 고려해 환매 시기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지수연동예금(ELD) 등의 상품은 환매 시점에 과표가 잡힌다. 반면 펀드자산의 경우 '결산일'이 기준점이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 대해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해서 절세하는 방향으로 환매해야 한다.
◆주기적으로 조정하라
박 팀장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정기예금의 2~2.5배 수준으로,펀드 등 투자자산 수익률은 정기예금의 2~3배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목표수익률이 달성됐을 때는 바로 돈을 빼서 수익을 실현하고 다른 자산과의 비중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대로 돈을 넣어둘 경우 리스크에도 더 큰 폭으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리밸런싱 차원에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 팀장은 "수익률 차이로 처음 계획했던 자산 비중이 엉크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1억원을 투자했는데 2억원이 됐을 경우,이때 리스크는 처음 투자했을 때의 2배가 되는데도 '효자종목'이라며 그대로 두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