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대신 자연을 담은 차분함."

올해 가구시장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흐름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경제위기 이후 지난 2~3년간 세계 가구 시장을 관통해온 트렌드는 '하이그로시(광택)'와 원색이었다. 빨강과 파랑,노랑 등 화려한 색감을 사용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원목도 진한 색상의 오크 컬러로 강렬함을 자랑했다. 특히 하이그로시 도장은 주방가구와 거실가구 등 전 부문에 적용됐고 조명기구들도 앞다퉈 광택을 뿜어냈다.

하지만 올해 쾰른과 밀라노 등 세계 양대 가구 박람회에서는 자연미를 담은 담백한 색상과 기능성을 담은 가구들이 대거 선보였다. 채도를 낮추고 소재 그대로의 느낌을 살리려는 노력들이 곳곳에서 배어나왔다. 특히 화이트 컬러는 새롭게 가구시장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날것 그대로를 보여준 쾰른 가구 박람회=지난 1월18~23일 열린 '쾰른 국제가구박람회(IMM Cologne) 2011'의 화두는 자연미였다. 원색의 색상을 채용하던 가구업체들은 올해 베이지와 화이트,브라운 톤의 컬러들을 등장시켰다. 원목의 경우 섬세하고 매끄러운 가공 대신 거친 나무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패브릭도 섬세함 대신 특유의 거칠고 불규칙적인 표면의 느낌을 살렸다.

김문강 한샘 MD는 "장인이 제작한 원목 제품들은 실제 원목의 패인 홈을 그대로 두거나,네모 반듯하게 절단하지 않고 나무결의 곡선을 그대로 살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가구의 배경이 되는 인테리어 벽체 색상도 무채색에 가까운 경우가 많았다.

차분함은 주방에까지 들어왔다. 콤팩트형 주방의 경우 화려한 색감이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대형 주방은 백색 계열의 단정함이 돋보였다. 수납공간은 원목의 느낌을 한껏 되살렸다. 원목 색상 역시 색이 짙은 참나무 대신 물푸레 나무 등 밝고 무늬가 선명한 소재들이 쓰였고 도장칠도 최소화했다. 김 MD는 "조리 테이블의 바닥에 돌의 우둘투둘한 질감을 그대로 살리고 싱크대 도어에는 대리석 패턴을,슬라이딩 도어에는 그을린 철판의 느낌을 주는 등 소재 특유의 성질을 극대화했다"며 "전혀 가공을 하지 않은 주방에 들어간 듯한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기능적 측면에서도 자연미와 단순함이 더해졌다. 거실과 서재의 수납장은 커버를 없앤 디자인들이 주류를 이뤘다. 내용물을 그대로 보여줘 배치의 자연스러움을 한껏 표현했다.

◆백색의 항연,밀라노 가구 박람회=단색의 가구와 소파가 돋보인 박람회였다. 특히 백색의 소파와 테이블,침대 프레임이 대거 등장했고 자연의 색인 녹색도 돋보였다. 원색이 잦아드는 가운데에서도 붉은 색은 포인트 컬러로 여전한 영향력을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밝은 색상을 채용하고 원색을 조금씩 가미하는 방식이었다. 변화에 느린 클래식 가구들도 백색 열풍에 동참했다. 이탈리아 가구업체 프랜시스코 콜론의 로베르토 몰론 대표는 "정통 클래식 가구들에서도 주류인 오크 색상 대신 백색 등 밝은 톤의 색상이 유난히 늘었다"고 말했다.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는 "전체적인 색상이 밝아지고 침대 소파 등에 가죽보다 패브릭을 쓰는 경우가 늘어났다"며 "자연주의적인 느낌의 극대화가 새롭게 뜨고 있다"고 말했다.

강신우 서일대학 생활가구디자인과 교수는 "도장 방식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며 "최근 크게 유행했던 하이그로시(광택)는 다소 줄고 무광택 도장을 채용한 가구들이 다시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힘을 뺀 대신 기능성은 크게 강화됐다. 침대로 변형이 가능한 소파,가방걸이를 단 테이블 등 가구의 기능 통합화가 거셌다. 소재는 가죽 대신 패브릭이 급증했다. 동 · 서양 문화의 컨버전스도 돋보였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