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꼽는 다스림의 최고 덕목이 '덕치(德治)'다. 낮춤과 비움을 통해 진정으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것이다. 비록 힘 앞에서는 굴복하지만 덕 앞에선 '마음으로 복종하는 심복(心服)'이란 말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공자의 덕치(德治)는 오늘날 기업의 생존 조건에도 철저하게 적용되고 있다.

오늘날 세계는 테크놀로지의 비약적 발전을 토대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글로벌 커뮤니티 형성이 더욱 가속화됨으로써 '열린 사회'로 성큼 진보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발전은 이제 정치 사회적 변혁을 주도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단적인 예가 최근 민주화 운동이 거세게 불고 있는 중동의 몇몇 국가와 북아프리카에서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즉 기업 경영에 있어 투명성,공정성,정직함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이제는 실현된 이익을 사회에 되돌려 주고 베푸는 '착한 경영(덕)'을 통해 위대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지구촌의 '지속 가능 발전'을 이룩하는데 동참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대세다. 퀄컴은 최근 2년 동안 한국의 IT산업과 끈끈한 상생 협력관계를 증진해왔다. 더불어 한국퀄컴연구소를 개소하고 벤처 투자 등을 통해 퀄컴이 한국 통신산업에 기여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한국 사회와의 소통을 위해서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2003년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를 출간해 화제를 모았던 짐 콜린스는 자신이 예시했던 위대한 기업들의 상당수가 이미 쇠퇴하거나 몰락했던 점에 주시했다. 그는 작년에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란 책을 출간하면서 위대한 조직과 쇠퇴 또는 몰락한 조직의 차이는 위기나 실패의 원인을 얼마만큼 정확히 분석하고 어떻게 극복해 더욱 강해지는가에서 판가름난다고 주장했다.

이전에는 이윤 창출을 통한 몸집 키우기로 기업의 위대함을 측정했었다면,이제는 위대한 기업이란 기업의 존재 기반인 지구촌의 문제에 상호 소통하면서 고객,협력사와 '상생'하고 지구촌 이웃과 '나누는' 기업이 위대한 기업의 첫 번째 덕목으로 꼽힌다. 140여년의 역사를 지닌 제네럴일렉트릭(GE)의 윤리경영이 돋보이는 점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 다른 위대한 기업의 덕목으로는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100년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해온 IBM이 더욱 빛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환골탈퇴의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성장 동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수 많은 경영 서적이 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 경영론을 내고 있지만 나는 그 기업 경영의 해답을 고전과 인문학에서 찾고 싶다.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낮추며 배풀며 덕으로 다스리라는 공자의 가르침이 수천년 지난 지금에도 그 어느 경영기법보다 힘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거기에 '위대한 기업' '위대한 가정',그리고 '위대한 나'가 존재하지 않을까.

차영구 < 퀄컴코리아 사장 ykcha@qualcom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