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국회의원 총선과 대선 등 양대 선거를 맞아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재정이 소요되는 국회 입법을 해당 부처가 책임지고 방어해야 한다. "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의 포퓰리즘 입법을 경계하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과천 공무원중앙교육원에서 열린 '2011년 재정전략회의'에서다. 윤 장관은 "18대 국회에서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된 법률안 중 예산이나 세제지원이 필요한 것은 2780건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한다"며 "이들 법률이 통과될 경우 소요되는 재정은 무려 800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800조원이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선심성 복지 경계해야"

향후 5년간 재정운용 전략과 내년 예산배분 방향을 논의하는 이날 회의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 김황식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 17명과 국책 및 민간 연구기관 전문가 30여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윤 장관의 발언에 적극 동조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 총선,대선 때 부득이하게 포퓰리즘에 빠져 재정 안정에 반하는 일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선심성 복지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오전 8시30분에 시작해 오후 6시 넘어 끝났다. 10시간 가까이 진행된 회의에서는 주로 복지와 재정문제가 뜨거운 이슈였다.

◆지방사업 구조조정 논란

지방재정 문제를 놓고 윤 장관과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각을 세웠다. 윤 장관은 지방자치단체의 방만경영을 문제로 지적하면서 "그동안 부처별로 관행적으로 지원해 온 농공단지 조성 같은 사업이나 활용도가 낮은 국고보조 사업은 성과를 평가해 구조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적자성 비효율 사업으로 경전철과 포뮬러 원(F1) 등을 사례로 들었다. 이에 대해 맹 장관은 "방만 재정은 고쳐야 하지만 지방 재정 여건이 어렵다는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일방적인 지방사업 구조조정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건보 비효율 지출구조 개선 시급

복지 분야에서는 만성 적자인 건강보험의 개혁 방안과 기초생활보장 개선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건보 개혁 방안을 발제한 김동연 재정부 예산실장은 "비효율적인 지출구조를 뜯어고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배에 달하는 약제비 지출 축소 △의사의 과잉 진료 억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보험료율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해 수입 기반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근로능력이 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이 일을 해서 소득이 생기면 기존에 받던 혜택이 한꺼번에 없어지기 때문에 근로를 기피한다"며 "탈수급을 도와주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수급 후에도 일정기간 교육 · 의료 혜택을 지급하는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