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와 공기청정기로 촉발된 LG전자와 중견 생활가전업체들 간 전선이 침구 청소기를 거쳐 의류관리기까지 확대되고 있다. LG전자가 중견 생활가전업체의 사업 영역에 뛰어들자 중견 업체들이 LG전자가 만든 시장에 진출하며 응수하는 양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초 의류관리기 컨셉트 모델을 내놓은 웅진코웨이는 최근 관련 제품의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기구로 유명한 파세코도 의류관리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의류관리기는 캐비닛 형태의 제품 안에 옷을 넣어두면 살균,탈취,건조가 가능한 방식으로 LG전자가 올초 내놨다. 파세코 등은 LG전자 의류관리기의 판매가 기대치를 넘어서자 시장성이 있다는 판단으로 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LG전자와 중견 생활가전업체 간 경쟁은 2009년 LG전자가 정수기 시장에 뛰어들면서 본격화됐다. LG전자는 지난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대신 자사 브랜드 제품을 내놓으며 고삐를 당겼고,올 하반기엔 기존 생활가전업체들의 성공 방식을 좇아 방문판매 마케팅에도 뛰어들 예정이다. 웅진코웨이,청호나이스 등 이 시장의 선두권 업체들은 "업계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면서도 내심 LG전자의 브랜드 파워에 긴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방문판매에만 의존하던 웅진코웨이는 최근 홈쇼핑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올초에는 침구청소기 분야에서도 맞붙었다. 침구청소기는 부강샘스가 2007년 출시해 국내 시장을 주도해왔다. 30여개국에 수출하는 등 해외 수요도 검증받았다. 시장이 커지자 한경희생활과학이 지난 2월 말 침구청소기를 내놨고,지난달엔 LG전자가 뛰어들면서 3파전을 형성했다.

의류관리기 부문은 LG전자가 만든 시장에 중견 업체들이 뛰어드는 모양새다. LG전자는 지난달 초 대대적 마케팅과 함께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를 출시했다. 200만원 안팎의 고가 제품이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 누적판매량은 4000여대에 달한다.

성공사례가 나오자 다른 업체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빌트인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던 파세코는 트롬 스타일러처럼 독립 형태 제품으로 내수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웅진코웨이도 의류관리기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