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분야에서 모범을 보여주는 스승 같은 분들이 존재한다. 자신이 속한 분야의 그분들을 통해서 동기 부여를 받기도 하고 그분들처럼 무엇인가 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에 전염되기도 한다. '한국 패션계의 거장' 하면 돌아가신 앙드레 김 선생님을 기억한다.

김 선생님과 함께 심사위원을 맡았던 행사가 많아 종종 가까이서 뵐 수 있었는데 살아계셨다면 올해 78세이시다. 늘 나이를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열정적이셨는데 패션에 대한 친근감을 대중에 일반화시키는 큰 역할을 하셨다.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는 특별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며칠 전 모임에서 오랜만에 탤런트 이순재 선생님을 뵈었다. 앙드레 김 선생님과 같은 78세이신데 유머와 위트,진지함과 치밀함,열정적인 모습까지 두 분은 닮았다. 연예인들의 롤모델을 넘어 이제는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교적인 역할을 하고 계신다. 자신의 분야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는 존재로서도 대단하시지만 필자는 세대 간의 거리감을 좁혀주는 인물로서의 역할을 해내신다는 점에 더한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

연령에 상관없이 교류하는 친근함을 주는 힘이 있으신 것이다. 이번에 이순재 선생님이 주연을 맡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웹툰 작가인 강풀(강도영)의 원작 영화 중 높은 완성도와 만족도로 화재를 불러모으며 끊임없는 입소문으로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을 주로 사용하는 10대 20대 30대 유저들이 주된 관객층으로 트위터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영화가 되었다. 노인들의 삶을 다룬 영화에 젊은층이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 영화의 원작 만화를 그린 강풀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30대 중반인 그가 세상이 붙들어야 할 가치가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인 것 같다. 나이와 환경을 넘어 서로를 보듬고 치유하는 사랑의 만화들을 그려나간다. 필자도 '그대를 사랑합니다' 만화를 보고 엉엉 울어버렸었다.

이 작품은 노인들의 삶,마음,소망,사랑에 대해 다루는 이야기이다. 젊은 세대는 어쩌면 노인들을 청춘을 다 보낸 후 기력도 없고 감정도 희미해진 사람들로 여겼을 수도 있다. 세월의 흐름에 많은 것이 변하고 잃어버렸어도 젊은 시절과 동일하게 사랑받길 원하고 사랑하길 원하는 사람들이란 것을 알게 될 때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자신이 겪지 않은 세상은 자기 입장에서만 이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필자는 결혼식 장소에 설 아름다운 신부를 연출할 때 그 옆에 설 신랑의 스타일과 체형,분위기 등을 많이 고려한다. 최대의 효과가 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려면 두 사람의 조화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같이 어우러진다는 것에서 새로운 에너지가 나오고 감동을 주는 힘이 창조된다. 각자가 자신의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세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조화시키면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될 거라고 나는 믿는다.

황재복 < 황재복웨딩 대표 zenia88@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