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이자 한국화가인 신은숙 씨(49)가 27일부터 내달 3일까지 서울 경운동 경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신씨는 전통적인 문인화의 화법을 바탕으로 산수의 형태와 정신을 은은한 수묵담채로 표현하는 작가다.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추사 김정희선생 추모 전국휘호대회에서 장원을 차지했다.

'묵(墨)의 외출'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자연을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필선으로 묘사하면서 인간의 내면까지 담아낸 작품 50여점을 건다. 화업 30년간 끊임없는 실험정신으로 문인화 작업에 매달린 그의 미학세계를 엿볼 수 있다.

그의 운필은 인내와 사유,우연의 결합을 아우르며 유려하게 흐른다. 작품 '아(我)'는 눈내린 달밤에 숲속을 거니는 외기러기의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해낸 서정적인 수묵담채화.'북화풍의 골기(骨氣)'와 '남화풍의 색감'을 절충해 여백의 미를 살렸다. 대범한 대각선 구도,투명한 수묵의 사용 등에선 현대적인 구상성도 엿보인다. 사군자 그림을 비롯해 사막과 낙타를 형상화하면서 각박한 현대 생활을 은유적으로 비춰낸 '바늘구멍을 찾아서',아기를 업은 여인의 뒷모습을 담은 '엄마',물항아리를 이고 걷는 여인들을 그린 '동행' 등의 작품에서도 구상과 추상,의식과 무의식의 융합이 느껴진다.

신씨는 "기운생동하는 필선을 따라 움직이는 천(天) · 지(地) · 인(人)의 마음을 포착하려 했다"고 말했다.

(02)738-988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