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6일과 27일(현지시간) 이틀 동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통화정책을 발표한다. 시장의 관심은 두 가지에 쏠려 있다. 시중에서 국채를 매입하는 2차 양적완화 정책을 당초 시한대로 오는 6월 말 종료할 것인지와 제로(0) 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다. 이날 회의 직후에는 벤 버냉키 의장이 1914년 FRB 출범 이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갖는다. 그는 FOMC의 결정 배경과 경제 전망을 설명하면서 시장과의 소통에 나설 예정이다.

◆2차 양적완화 종료되나

FOMC가 발표문을 통해 '2차 양적완화를 6월 말까지 실시한다'와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한다'는 기존 문구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럴 경우 달러를 시중에 푸는 양적완화를 6월 말로 종료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줄 수 있다. 금리 관련 문구에서 '상당 기간'이란 표현에 미세한 변화를 주거나 이를 아예 삭제하면 금리 인상 시그널을 줄 수 있지만 경기 사정을 감안하면 그럴 가능성은 낮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차 양적완화 종료 신호만으로도 사실상 출구 찾기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24일 보도했다. FRB는 지난해부터 사용 가능한 출구 수단으로 △시중은행들이 FRB에 맡기는 지급준비금의 금리 추가 인상 △보유 중인 9340억달러의 주택담보대출증권(MBS)과 1조3000억달러의 국채 매각 △기준금리 인상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지준금 금리 인상과 보유 증권 매각은 시중에 풀어놓은 달러를 흡수하는 효과를 낸다. 금융위기 이후 사들여 보유 중인 MBS와 국채가 장기 증권이어서 매각하면 장기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는 "나라면 기준금리 인상과 보유 증권 매각을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에 보유 증권을 팔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통 나선 버냉키

FRB 의장이 FOMC 회의 후 정식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은 모험에 가깝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자칫 말실수를 하거나 시장이 잘못 해석할 수 있는 신호를 주면 소통이라는 회견의 취지와 어긋날 수 있다. 때문에 버냉키 의장은 최근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부터 기자회견 노하우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사무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실전 연습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재닛 옐런 FRB 부의장과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은행 총재가 최근 통화정책 전환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며 분위기를 잡아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따라서 버냉키는 이날 발표되는 FRB의 경제 전망을 언급하면서 발언의 수위를 신중하고 절묘하게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 전망치 및 실업률,소비자 물가상승률 동향과 관련한 내용이 발언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 상무부가 오는 29일 발표하는 올해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2%(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연율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 양적완화

quantitative easing.FRB가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책으로 국채 등의 증권을 매입해 시중에 달러를 대량 풀어온 통화정책.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해 통화 공급량을 조절하는 전통적 방식과 다르다. 연 0~0.25%로 낮춘 기준금리 탓에 추가 금리정책을 쓸 수 없게 되자 도입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