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동산 투자의 흐름을 보면 1970~1980년대에는 토지,1990년대 이후는 아파트 투자를 통해 부를 창출한 사람들이 많다. 투자 상품은 다르지만 공통된 투자 이익 실현 방법은 시세차익을 남기는 것이었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시작된 부동산 경기 침체는 작년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값 2.23%,경기도 3.96% 하락으로 이어졌다. 전국 땅값도 2010년 0.561% 떨어졌다. 2000년대 들어 두 번의 가격 폭등기를 경험했던 부동산 투자자들에게는 가격 하락,거래 부진은 처음 접해 보는 예사롭지 않은 경험이었다. '사두면 오르는 것이 부동산'이라는 믿음에 의구심마저 품게 했다. 지난해부터 화두로 부상한 '인구 감소가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 논란은 일본 사례와 비교되면서 부동산 거품론과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감을 증폭시켰다.

◆경제성장 둔화와 토지시장

국내 자산가들의 자산 형성 과정을 보면 부동산을 기반으로 부를 축척한 경우가 유독 많다. 경제가 고도로 발전하던 1970~1990년대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농지나 임야가 산업용지 주택용지로 탈바꿈하고 이 과정에서 토지가격 상승이 동반됐다. 경제개발과 함께 성장해온 토지 투자 시장은 경제개발 속도 둔화와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바뀌는 산업구조 변화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투자환경이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구와 고용의 필요성 감소는 사용이 필요한 토지 면적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생산 공장이 하나둘 해외로 이전하면서 새로운 생산시설을 필요로 하는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의 고밀도 개발은 넓은 토지 면적에 대한 사용의 필요성을 줄이고 효율적 사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거와 같은 시세차익을 남기기 어려운 시장으로 판도가 변하고 있다.


◆매매시장 침체와 임대시장 변화

빠른 도시화와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주택공급 부족은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자본만 있으면 주택을 구입할 때 전세보증금을 기반으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전세보증금이 내집마련의 종잣돈이 됐던 것은 물론 투자자들에게는 한 채 구입 가격으로 여러 채의 주택을 매입해 향후 가격상승을 통한 시세차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주택시장의 침체는 주택 투자의 패러다임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매매차익에 대한 기대감 하락과 연 3%대까지 내려간 정기예금 금리는 다주택자들의 투자수익 회수에 경고등을 켜지게 했다. 전세보증금을 이용한 레버리지 효과 감소와 이자 수입에 한계를 느낀 다주택 보유자들은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방향 전환을 하면서 보증부 월세로 발빠른 전환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급등한 전셋값과 전세 매물 부족 상황을 적극 활용,'부분 월세'로 전환해 수익률 개선을 시도하는 추세다.

◆고령화 사회가 가져올 부동산 시장 변화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는 2019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구 수는 오히려 2030년까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1~2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임대 수요 증가를 수반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인 가구는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층이 많다. 결혼시기가 늦어지면서 고소득 1인 가구가 과거에 비해 많이 늘어났지만 대부분은 소득수준이 낮아 주택구입 때 소유보다는 임차 형태를 선호하는 특징이 있다.

전세제도가 일정기간 금액을 예치하고 거주하다 만기가 되면 원금을 찾아 주거를 이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차인들에게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전세금 부담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수입은 있지만 목돈이 부족한 1~2인 가구는 보증부 월세 형식의 임차방식을 택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은퇴 후 선호하는 소득원으로 부동산 임대수입을 꼽는다.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통해 임대소득을 얻겠다는 계획으로 최근 임대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

통계청이 지난 1월9일 발표한 '2009년 생명표'에 따르면 2010년에 태어난 아이의 예상 수명은 80.5세라고 한다. 남자의 평균 기대수명은 77세,여자의 기대수명은 83.8세다. 수명이 연장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점점 빨라지는 은퇴시기와 은퇴 후 살아갈 시간이 소득이 있던 시간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게 고민이다.

국내 한 보험회사가 전국 대도시 2000가구를 대상으로 '은퇴 뒤 부부의 노후생활을 위해 월 얼마가 필요한가'를 조사한 결과 '월 평균 213만원'이라는 대답이 나왔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50세 이상 부동산 보유 비중이 80%를 넘는다. 특히 베이비부머들이 다주택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국민연금 퇴직연금으로 충족하기 어려운 노후자금을 마련을 위해 '보유한 부동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향후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주목해야 한다.

최근 미래에셋부동산연구소에서 발행한 '가구의 부동산 자산 활용'보고서에 따르면 장년층일수록 부동산을 보증부월세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거주하지 않는 부동산을 30대는 80%,40대는 69%가 전세로 운영하고 있지만 50대부터는 나이가 많을수록 전세 비중이 낮아졌다. 50대는 전세 비중이 50%,60대와 70대 이상은 각각 48%,36%로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보증부 월세로 부동산을 활용하는 비율은 30,40대가 30% 미만이었지만 50대부터는 절반 가까이로 늘었다.

◆보증부 월세시장 확대 가능성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전세난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노후의 안정적인 소득원 발굴이 절실해진 다주택 보유자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부동산 수익 모델을 '보증부 월세'에서 찾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대인과 임차인 양측 모두 보증부 월세를 선호하는 층이 늘어나면서 임대시장도 함께 성장할 전망이다. 주택 임대시장도 보증부월세가 확산되면 빌딩 임대사업처럼 운영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 투자자들의 인기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국처럼 월세의 1~3배를 보험 또는 수선을 목적으로 보증금을 납부하고 나머지를 월세로 내는 월세중심보다는 보증금을 많이 낼 경우 월세를 적게 내고 월세를 많이 내면 보증금을 적게 내는 구조를 가지는 보증부 월세시장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 khs5611@r114.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