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한사람 한사람이 기업명성 높이는 광고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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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관리 전문가' 게리 데이비스 맨체스터대 교수
기업명성, 돈으로 환산해 보면 연간 매출의 절반에 달해
'기름 유출' 위기대처 못한 BP, 수십년 명성 한순간에 무너져
기업명성, 돈으로 환산해 보면 연간 매출의 절반에 달해
'기름 유출' 위기대처 못한 BP, 수십년 명성 한순간에 무너져
기업이든 국가든 '명성관리(reputation management)'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세계적인 명성관리 분야 대가인 게리 데이비스 영국 맨체스터대 비즈니스 스쿨(MBS)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의 명성을 돈으로 환산해보면 연간 매출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한국유통학회(회장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초청으로 특강을 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1946년 런던에서 태어나 런던대를 졸업한 뒤 MBS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명성관리에 관한 저서만 13권을 펴냈다. 그가 몸담고 있는 MBS는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경영전문대학원 랭킹에서 영국 내 4위,유럽 내 11위를 기록했다.
▼명성관리가 왜 중요한가요.
"명성은 조직의 무형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다수의 일반인을 상대하는 서비스 조직에선 더욱 중요합니다. MBS 명성연구팀의 연구결과 명성을 돈으로 환산해보니 한 회사 연간 매출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이 수치를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에 올릴 수도 없고,이 자산을 관리하는 예산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명성의 가치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
▼기업이 명성관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이유가 뭘까요.
"역사적으로 보면 최고경영자(CEO)는 명성을 잃어버리는 것이 회사의 수익(재무성과)에 큰 마이너스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명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수익을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선 별다른 아이디어가 없는 거죠.상식적으로 명성이 그 조직은 물론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관계관리에서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
▼명성과 재무성과는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서비스 기업을 둘러싼 집단 중 종업원과 고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MBS의 연구에 따르면 종업원들이 고객보다 회사에 대해 더 높은 평가를 갖고 있다면 이듬해 매출이 약 24%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대로 종업원들의 견해가 고객보다 저조한 경우 매출은 24% 감소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
▼기업이 강력한 명성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은 .
"기업 명성을 관리하는 것은 브랜드를 관리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차이도 있습니다. 저는 교수가 되기 전에 영국 대표 식품기업인 마스(Mars)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우리는 광고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회사를 브랜딩할 때 현실을 도외시하고 광고를 지나치게 하면 고객의 기대수준이 높아져 현실과의 갭이 커지면서,기업 이미지가 더 나빠지고 명성이 추락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명성관리는 회사 내부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고객은 종업원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 가치를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고 명성이 구축되는 것입니다. "
▼종업원 관점이 중요하다면 관리는 어떻게.
"첫번째 출발점은 자신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10년 전 제가 개발한 '브랜드 개성 척도'가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척도로 측정해 본 결과 영국 맨체스터 경찰 조직은 다른 어떤 공식적인 가치보다도 서로 간의 지지가 가장 소중한 내부 가치였습니다. 당연히 일반 시민들도 이런 가치를 좋아하게 됐죠.젊은 엄마들을 타깃으로 하는 뉴룩(New Look)이란 패션 매장은 느슨한 매장 분위기를 소중한 가치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이는 회사 창립자의 개인적 가치로부터 시작된 것인데,종업원들이 이런 느슨한 분위기를 실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매장일수록 매출이 더 많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종업원들이 보는 내부 브랜드 견해가 가장 중요한 명성 구축의 포인트라는 것입니다. "
▼국가도 기업처럼 명성을 갖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한국의 명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뭡니까.
"한국에 온 게 벌써 다섯번째입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인 친구도 많고,가족들도 알고 지내죠.유럽인의 시각에서 보면 중국과 일본은 잘 알려진 데 비해 한국의 인지도는 취약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한국의 인지도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유럽에선 한국이라는 국가 인지도가 낮은 데 비해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의 기업은 잘 알려져 있죠.문제는 많은 유럽인들이 이들 기업을 일본기업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개선하는 일이 가장 손쉽게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인과 접하는 한국인들이 국가와 한국 기업에 대한 애정과 존중심을 자연스럽게 드러내 줘야 합니다. 국민 개개인이 국가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를 높이는 광고회사인 셈이죠."
▼한 조직의 명성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기도 하는데,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가장 일반적인 경우가 위기를 잘 관리하지 못하는 데서 일어납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멕시코만의 대량 기름유출 사고로 인한 인명손실과 환경오염이라는 위기에 부적절하게 대처해 명성이 한 순간에 곤두박질쳤습니다. 수십년간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한 것으로 여겼던 믿음이 체르노빌과 최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무참히 무너져 버렸습니다. 위기를 내부에서 부인하고 버티는 것이 최악의 상황을 불러오게 되는 겁니다. 많은 경우 위기상황에서 탈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실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입니다. "
▼명성관리는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봅니까.
"명성관리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에서 아주 생소한 분야로 치부돼 왔지만 이제는 브랜드 마케팅과 접목돼 내부 종업원의 가치를 구현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활동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일부 서구 기업들은 명성관리 담당임원을 임명하고 있고,투자자들도 기업들이 유형자산뿐만 아니라 명성이라는 핵심 무형자산을 잘 관리하는 회사에 보다 높은 점수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종업원들을 또 하나의 광고회사라고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거죠."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데이비스 교수는 한국유통학회(회장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초청으로 특강을 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1946년 런던에서 태어나 런던대를 졸업한 뒤 MBS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명성관리에 관한 저서만 13권을 펴냈다. 그가 몸담고 있는 MBS는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경영전문대학원 랭킹에서 영국 내 4위,유럽 내 11위를 기록했다.
▼명성관리가 왜 중요한가요.
"명성은 조직의 무형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다수의 일반인을 상대하는 서비스 조직에선 더욱 중요합니다. MBS 명성연구팀의 연구결과 명성을 돈으로 환산해보니 한 회사 연간 매출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이 수치를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에 올릴 수도 없고,이 자산을 관리하는 예산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명성의 가치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
▼기업이 명성관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이유가 뭘까요.
"역사적으로 보면 최고경영자(CEO)는 명성을 잃어버리는 것이 회사의 수익(재무성과)에 큰 마이너스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명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수익을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선 별다른 아이디어가 없는 거죠.상식적으로 명성이 그 조직은 물론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관계관리에서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
▼명성과 재무성과는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서비스 기업을 둘러싼 집단 중 종업원과 고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MBS의 연구에 따르면 종업원들이 고객보다 회사에 대해 더 높은 평가를 갖고 있다면 이듬해 매출이 약 24%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대로 종업원들의 견해가 고객보다 저조한 경우 매출은 24% 감소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
▼기업이 강력한 명성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은 .
"기업 명성을 관리하는 것은 브랜드를 관리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차이도 있습니다. 저는 교수가 되기 전에 영국 대표 식품기업인 마스(Mars)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우리는 광고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회사를 브랜딩할 때 현실을 도외시하고 광고를 지나치게 하면 고객의 기대수준이 높아져 현실과의 갭이 커지면서,기업 이미지가 더 나빠지고 명성이 추락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명성관리는 회사 내부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고객은 종업원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 가치를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고 명성이 구축되는 것입니다. "
▼종업원 관점이 중요하다면 관리는 어떻게.
"첫번째 출발점은 자신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10년 전 제가 개발한 '브랜드 개성 척도'가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척도로 측정해 본 결과 영국 맨체스터 경찰 조직은 다른 어떤 공식적인 가치보다도 서로 간의 지지가 가장 소중한 내부 가치였습니다. 당연히 일반 시민들도 이런 가치를 좋아하게 됐죠.젊은 엄마들을 타깃으로 하는 뉴룩(New Look)이란 패션 매장은 느슨한 매장 분위기를 소중한 가치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이는 회사 창립자의 개인적 가치로부터 시작된 것인데,종업원들이 이런 느슨한 분위기를 실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매장일수록 매출이 더 많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종업원들이 보는 내부 브랜드 견해가 가장 중요한 명성 구축의 포인트라는 것입니다. "
▼국가도 기업처럼 명성을 갖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한국의 명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뭡니까.
"한국에 온 게 벌써 다섯번째입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인 친구도 많고,가족들도 알고 지내죠.유럽인의 시각에서 보면 중국과 일본은 잘 알려진 데 비해 한국의 인지도는 취약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한국의 인지도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유럽에선 한국이라는 국가 인지도가 낮은 데 비해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의 기업은 잘 알려져 있죠.문제는 많은 유럽인들이 이들 기업을 일본기업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개선하는 일이 가장 손쉽게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인과 접하는 한국인들이 국가와 한국 기업에 대한 애정과 존중심을 자연스럽게 드러내 줘야 합니다. 국민 개개인이 국가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를 높이는 광고회사인 셈이죠."
▼한 조직의 명성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기도 하는데,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가장 일반적인 경우가 위기를 잘 관리하지 못하는 데서 일어납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멕시코만의 대량 기름유출 사고로 인한 인명손실과 환경오염이라는 위기에 부적절하게 대처해 명성이 한 순간에 곤두박질쳤습니다. 수십년간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한 것으로 여겼던 믿음이 체르노빌과 최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무참히 무너져 버렸습니다. 위기를 내부에서 부인하고 버티는 것이 최악의 상황을 불러오게 되는 겁니다. 많은 경우 위기상황에서 탈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실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입니다. "
▼명성관리는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봅니까.
"명성관리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에서 아주 생소한 분야로 치부돼 왔지만 이제는 브랜드 마케팅과 접목돼 내부 종업원의 가치를 구현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활동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일부 서구 기업들은 명성관리 담당임원을 임명하고 있고,투자자들도 기업들이 유형자산뿐만 아니라 명성이라는 핵심 무형자산을 잘 관리하는 회사에 보다 높은 점수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종업원들을 또 하나의 광고회사라고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거죠."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