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철회 여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던 삼부토건이 결국 철회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25일 "채권단과 70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 대출을 협의 중인데 이 정도 금액이라면 법정관리를 취하(철회의 법률용어)하더라도 헌인마을 이외의 다른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부토건은 그동안 법정관리 철회 여부를 놓고 사내 강경 · 온건파 사이에서 내홍을 겪을 정도로 오락가락했다. 애초 법정관리 신청을 채권단에는 알리지 않았을 정도로 극비리에 추진했다.

헌인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4270억원 가운데 공동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 측 몫까지 책임지라는 압박이 부담스러웠던 것.게다가 헌인마을 토지를 기초로 개인투자자에게 매각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올해만 해도 당장 5월부터 만기도래할 4200억원 규모의 또 다른 5건의 PF대출은 신규대출 없이는 도저히 갚을 길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신규대출 규모를 놓고 채권단과 밀고 당기던 협상이 지난주를 고비로 물꼬가 트였다. 채권단에서 이 모든 빚을 갚을 수 있도록 르네상스호텔을 담보로 7000억원가량의 신규대출을 제안하면서 양측이 접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한 판사는 "채권단과의 협상과정에서 법정관리 신청을 철회한 경우는 전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이 접수한 신규 법정관리 신청은 155건.이 중 37건이 중도에 철회됐는데 대부분 법정관리를 신청할 때 드는 1500만~1억원의 비용을 예납하지 못한 것이 주된 사유였다. 삼부토건의 경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공백상태에서 법정관리 신청이 잇따르자 부실채권 증가를 우려한 채권단이 거액의 신규자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법정관리 취하는 법원의 허가사항이다. 하지만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수표가 부도나기 직전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경우를 제외하면 법원이 취하를 허가하지 않은 사례는 드물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