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1800여곳이 다음달 중 일제히 국제회계기준(IFRS) 방식의 분기보고서를 처음 제출한다. '회계제도의 혁명'이라고 불리는 만큼 과거와 달라지는 점이 한둘이 아니라 불안한 마음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꼼꼼히 뜯어보면 큰 틀에서 예전과 비슷한 부분도 적지 않다. 이해 못할 만큼 어려운 것도 아니다. 글로벌 표준으로 채택될 만큼 장점도 있기 때문에 심리적인 거리감을 털어내고 작성 원리를 터득하면 더 많은 알짜정보를 건질 수 있다.

◆연결실적의 기본 개념은 '단순 합산'

IFRS에서 주 재무제표가 되는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이해가 핵심 과제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대기업 100곳과 조기 도입 회사 등 총 130여 사가 다음달 30일까지 연결재무제표를 내놓는다. 연결재무제표는 지배와 종속관계에 있는 회사의 실적을 연결해 하나로 만든 회계장부다. 예전에는 개별 기업 실적만 회계처리한 개별재무제표가 주 재무제표였다. 연결재무제표도 냈지만 보조적인 공시에 불과했다.

연결재무제표는 모회사와 자회사 간 내부거래나 떠넘긴 부채,손실 등이 서로 상계돼 개별재무제표보다 전체적인 경영실적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연결재무제표는 기본적으로 자회사들의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자산 부채 등 모든 항목을 100% 합산해 작성한다. 자회사 지분율이 얼마나 되는지에 관계없이 전부 100% 합산한다.

다만 합산 결과에서 내부거래로 인해 중복되는 부분만 빼주면 된다. 예컨대 매출 100억원인 A기업이 매출 50억원인 자회사 B기업에 10억원어치를 팔고,이 제품이 B기업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라면 A기업의 연결재무제표상 매출은 140억원이 된다. 두 회사 매출을 합친 150억원에다 내부거래 매출 10억원을 제외한 결과다. 다른 항목에도 동일한 방식이 적용된다. '합산'한 재무제표에서 둘 간에 발생한 거래를 제거하는 '연결제거분개'를 거치면 연결재무제표가 완성된다.


◆연결 방식은 예전과 같지만 대상은 달라

이 같은 연결장부 작성 방식은 작년까지 국내 기업들이 사용해온 기업회계기준(K-GAAP)에 따른 연결재무제표와 기본 개념에서는 동일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연결 작성의 대상이 되는 '종속회사'의 범위다.

예전에는 지분율 30%를 초과하고 최대주주인 자회사만 종속회사로 연결했다. IFRS에서는 이 지분율 기준이 50%로 높아졌다. 물론 50%에 미달해도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수를 임명할 수 있는 등의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다면 기업이 스스로 판단해 연결해도 된다. 하지만 해외나 국내의 조기 도입 사례에서 50% 미만 회사의 연결은 매우 드물다.

이에 따라 예전에는 웬만한 그룹사들은 다 연결 대상이었지만 IFRS에서는 주요 계열사라도 연결에서 빠지는 곳이 많아진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경우 연결 대상이던 삼성카드(지분율 35%)가 제외된다. LG그룹 지주회사인 ㈜LG도 LG전자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이 무더기로 연결 대상에서 빠진다. 작성 방식은 예전과 거의 같지만 연결 범위가 달라짐에 따라 재무제표상 숫자가 크게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분 20~50% 자회사는 '지분법' 반영

지분율 외에 달라진 연결 기준도 있다. 예전에는 자산 100억원 미만의 소규모 회사나 특수목적회사(SPC) 등은 연결에서 제외했지만 IFRS에서는 이들도 지분율이 50%를 초과하면 예외없이 연결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경우 98개사이던 연결 대상이 IFRS 도입으로 116개사로 늘었다. 자본금 수십억원 규모의 해외 현지법인 등을 포함해 소규모 자회사들이 연결 대상으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지분율 50% 미만인 자회사라도 연결재무제표 실적에 전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분율 20% 이상이면 '관계기업'으로 보고 지분법 방식을 적용한다. 100% 합산은 아니지만 지분율만큼은 연결실적에 반영된다는 의미다. 지분율 30%인 자회사가 1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면 30억원이 모회사의 연결재무제표 순이익에 더해지게 된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