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org 경영노트] "난공불락에도 빈틈은 있다"…1등을 넘어선 2등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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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고수익 분야 특화
제록스, 대기업 문서관리 컨설팅…'복사기 1위' 캐논과 차별화 성공
발상의 전환
닌텐도, 단순조작 게임기 'Wii' 개발…'비디오게임 강자' 소니ㆍMS 제쳐
고수익 분야 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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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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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100대 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48개는 10년 전인 2000년에는 100위권 밖에 있던 기업들이다.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영원한 1등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유니레버 제너럴모터스(GM) 듀폰 등 각 부문에서 오랫동안 정상을 지킨 기업들도 최근 몇 년 사이 후발 기업에 자리를 내 주고 쇠락의 길을 걸었다. 기업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선발주자를 제치고 1등으로 올라선 2등 기업의 성장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지속적으로 고성장을 유지한 2등 기업은 △후발 주자의 이점을 적절히 활용하고 △고수익 분야에 특화하며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존 사업의 틀에서 벗어났다는 특징을 보인다.
성공한 2등 기업은 시장에 최초로 진입하기보다는 최적의 타이밍에 진입해 선발 기업이 경험한 시행착오를 피하고,기술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한다. 1970년대 미국 음료캔 제조업계 1위였던 콘티넨털은 알루미늄캔 기술을 개발,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당시 2위였던 크라운홀딩스는 알루미늄의 수급이 불안정하고 알루미늄캔의 생산비용이 기존 스틸캔보다 비싸다고 판단,신제품 개발을 보류했다. 콘티넨털은 음료업체의 늘어난 생산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도산 위기에 몰렸고,크라운홀딩스는 콘티넨털을 헐값에 인수해 단숨에 미국 최대 캔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2등 기업은 1등 기업과 무리한 가격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시장에 집중해 1등 기업을 추월한다. 미국 유통업체 코스트코는 구매력이 높은 사업자와 고소득 개인 고객에게 집중하는 회원제 사업을 통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 전체적인 매출 규모는 월마트가 크지만,코스트코는 연소득 7만5000달러 이상 고소득층 고객의 비중이 45%로 18%에 불과한 월마트를 앞선다. 제록스는 복사기 1위 업체인 캐논과 차별화하기 위해 문서관리 솔루션과 사무 효율화 컨설팅 등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에 집중해 고수익을 창출했다.
수성에 대한 부담이 적어 발상의 전환을 꾀할수 있다는 것도 2등 기업의 장점이다. P&G가 소비재 산업에서 유니레버를 제치고 1등으로 올라선 배경에는 발상의 전환을 통한 '와해성 혁신'이 있었다. P&G는 가정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세제와 각종 1회용 제품을 개발해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닌텐도는 비디오게임이 젊은 남성의 문화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구조가 단순하고 조작이 쉬운 게임기 '위(Wii)'를 개발,중장년층과 여성 고객을 공략함으로써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앞섰다.
후발 기업은 1등으로 올라선 2등 기업의 전략을 거울삼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2등 기업의 성공 사례는 1등 기업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1등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등 기업의 강점을 배우고 사내 인큐베이팅 조직 등을 통해 1등 기업이 빠지기 쉬운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원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wyoung.cho@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