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물로 보기 쉬운데 명백히 순정물입니다. 영화로도 만들기로 했어요. "

인기 웹툰 작가 강풀 씨(37 · 사진)가 네 권짜리 순정만화 《당신의 모든 순간》을 펴냈다.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이어 4년 만에 선보이는 순정만화 시리즈다.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인터넷에 연재할 때 하루 평균 200만 페이지뷰,전체 누적 1억5000만 페이지뷰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끈 작품이다.

소재는 다소 파격적이다. 《순정만화》에서는 우리 이웃들,《바보》에서는 때묻지 않은 장애우 청년,영화로도 낯익은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는 소외된 노인들을 그렸는데,이번에는 좀비를 끌어들였다. 좀비는 TV 외화 시리즈물의 트렌드처럼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다. 하지만 그는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각과 섬세한 감성을 통해 소박하면서도 가슴 찡한 사랑을 담아냈다.

"좀비영화를 참 좋아합니다. 중 · 고등학교 때 좀비영화라면 다 찾아서 봤죠.영화에서는 좀비가 되면 무조건 서로 적이 되는데 좀비도 결국은 인간이죠.그래서 어떤 사랑을 할까 궁금했습니다. 원래는 주인공도 좀비로 설정하고 시작했다가 수정했어요. "

그는 순정만화 시리즈를 그리다보니 사랑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어떤 때일까,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무엇일까 묻게 되더라고요. 그건 '사랑'이 아닐까요. 지금 이 순간 가장 소중한 사람을 말하라면 '제 아내'라고 말할 수 있어요. "

그는 영화사와도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의 순정만화들은 모두 영화화됐고 노인의 사랑을 그린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150만명이 몰려 흥행에도 성공했다.

"제 만화가 재미있어서 영화화되는 것이겠죠.아니 영화계에서는 검증된 이야기를 찾는 것 같아요. 웹툰 독자들이 영화화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올리고,가상 캐스팅도 합니다. 그런 걸 영화 관계자들이 보고 영화로 만들자고 제의하는 거죠."

그는 "작품의 목적이 '오로지 재미'에 있다"고 강조했다. 2006년 인터넷에 연재된 《26년》을 제외하고 모든 작품에 재미를 우선했다고 덧붙였다. 메시지(의미)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재미가 없어 독자들이 보지 않는다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는 또 "착한 사람들이 나오는 얘기를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주인공이 다 착해서 고민도 했어요. 너무 일관되게 착한 게 아닌가 하는 거죠.그런데 저는 성선설을 믿습니다. 착한 만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앞으로도 착한 만화를 그릴 거예요. 좋은 사람들이 나오는 읽히는 이야기가 좋아요. "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