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세계경제는 선진국보다는 신흥시장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고 이런 추세는 향후 몇 년 동안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시장 중에서도 중국이 내수소비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세계경제는 지난 몇 년 간의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하락) 시대를 마감하고 앞으로는 인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이 통화 공급을 늘리고 있고 과거 전세계에 저가 제품을 공급하던 중국이 임금 상승 등으로 더이상 예전처럼 저렴한 물건을 수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은 선진국 경제 회복 속도가 느려 풀린 돈이 돌지 않고 있지만 돈이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하면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그 시기는 미국의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이 사라지는 2014년 이후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각국 중앙은행이 과감한 긴축정책을 시행하면서 주가를 비롯한 자산가격이 큰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향후 2~3년은 완만한 인플레이션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등 신흥국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디플레이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플레이션이 완만하게 진행되는 시기에는 다른 어떤 자산보다도 주식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안정성장과 주가 상승

한국 경제는 연간 4%대 초반의 안정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총저축률이 국내 투자율을 웃돌면서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고 이에 따라 환율과 금리도 안정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실물보다 금융 부문이 빠르게 성장했는데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일본 경제가 1980년대 후반 이런 모습을 보이면서 저상장 속에서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증권시장의 수급 사정도 좋아지고 있다. 기업 이익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투자는 줄고 있어 기업들이 증권시장에서 조달하는 돈이 줄고 있다. 이는 기업공개나 유상증자 등을 통한 주식 공급 물량이 감소한다는 의미다. 반면 주식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금은 한국인의 개인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앞으로는 부동산이 줄고 금융자산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다. 금리 안정화 기조를 감안하면 금융자산 중에서도 은행 예금의 비중은 줄고 주식과 채권 투자의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기관과 연기금도 주식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기업의 여유 자금마저 증권시장으로 유입되는 상황이다.

◆개인자산의 재조정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 구성을 보면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의 비중이 80% 이상으로 매우 높다. 특히 45세 이상에서는 그 비중이 90%에 달한다. 부동산 불패신화와 부동산 가격의 하방 경직성,부동산 위주의 재테크 문화,부동산을 통한 유산 상속 전통 등이 한국인의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높은 이유다.

하지만 주택 가격은 중장기적으로 하락할 공산이 높다. 우선 720여만명에 달하는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와 함께 주택 구매 연령층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소득 대비 지나치게 많아 부채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주택 수요 또한 줄어들 것이다. 고령화와 함께 노후 생활을 위해 금융자산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주택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경제주체들 사이에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 부동산에서 금융자산으로의 자산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집값 하락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개인의 금융자산 중에서는 은행 예금이 45%를 차지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식 및 채권형 상품과 보험 및 연기금의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면서 저금리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이상 예금 금리로는 자산 가치를 보존할 수 없게 돼 주식과 채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주가 전망과 투자전략

앞서 살펴본 경제 여건과 증시의 수급 사정을 고려하면 국내 주식시장은 향후 2~3년 안에 코스피지수 3000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떤 업종과 종목에 투자해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인가. 한마디로 요약하면 시대 흐름에 맞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정답이다. 시대 흐름이란 '5대 메가 트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의 중심축 이동,기후 변화,인구 구조 변화,자본주의 구조 변혁,산업의 융 · 복합화 등이 그것이다.

투자 종목을 고를 때는 경제를 보는 눈 못지 않게 인문학적 안목을 갖는 게 중요하다. 기업의 본질은 재무제표를 뛰어넘는 무엇이다. 인간 역사 환경 등 인문학적 시야를 갖췄을 때 비로소 시장에서 격물치지(格物致知)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기업이 현재 거두고 있는 이익은 과거에 실행한 투자의 결과다. 따라서 투자 대상 기업을 선정할 때는 그 기업이 현재 얼마의 이익을 내고 있는지보다는 어떤 사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3~5년 후 그 투자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 것인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어떤 사람들이 해당 기업을 이끌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CEO가 얼마나 창의적인 사고를 갖고 기업을 이끌어가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이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 창의적 사고를 가진 리더는 기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이상과 같은 과정을 거쳐 장래성 있는 기업을 골라 투자를 시작한 다음에는 그 기업이 목표에 접근해 가는지를 관찰하면서 투자 비중을 늘리거나 줄여야 한다. 해당 기업이 성숙 단계를 지나 배당 가치주로 변할 시점이 되면 점차 투자 비중을 줄여나가는 것이 좋다.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지름길은 핵심 우량주를 장기 보유하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코스피지수가 2배 오른 데 비해 업종별 핵심 우량주의 주가는 20배 가까이 상승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삼성물산 현대중공업 LG화학 OCI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부에서는 우량주라고 해도 몇몇 종목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물론 금융위기를 비롯해 주식시장에 큰 충격이 왔을 때는 우량주의 주가도 급락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우량주도 대부분 급락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이들 종목은 그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않아 원래 주가 수준을 회복했고 이후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자 그 어느 주식보다도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연간 경제성장률이 6~7%에 이른 고성장 시대에는 대부분의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는 모든 기업이 잘 될 수는 없다. 상당수 기업은 성장은커녕 생존조차 어렵다. 시대정신에 맞게 창의적인 혁신을 거듭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아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소수의 승자가 열매를 차지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일 수도 있지만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경제 현상과 세상의 변화를 꿰뚫어보는 안목을 바탕으로 유망한 소수를 골라내야 한다.

김영익 한국창의투자자문 대표 yi.kim@kcinv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