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계기준(IFRS)은 기업에 회계처리의 자율성을 부여한 것이 큰 특징이다. 자칫 '투자자들의 무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회사마다 작성 기준이 다르다보니 비교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이런 문제에 대처하려면 IFRS 장부의 속성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규정 아닌 '원칙중심 회계'

◆회계처리 큰 틀만 제시=장부 이용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배경에는 '원칙 중심 회계'라는 새로운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회계처리의 큰 틀만 제시하고 세부 작성 방법은 기업에 맡긴다는 뜻이다. 동일한 사안이라도 기업마다 판단이 다를 경우 상이한 회계처리가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전 기업회계기준은 이에 반해 '규정 중심 회계'다. 모든 상황에 맞는 규정을 정해뒀다.

이에 따라 계정과목에서도 차이가 많다. 예전에는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의 표기 순서와 계정과목이 일목요연하게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 최소한의 항목이 제시돼 있을 뿐이다. 그 항목을 표시하는 순서나 형식은 기업이 선택할 수 있다. 이처럼 재무제표 본문이 간략해지는 대신 이를 보충 설명하는 '주석'의 양은 크게 늘어난다. 계정과목과 주석 내용을 연계해 분석해야 회사 사정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조정영업이익' 이용해야

◆영업이익 정의 없어 혼란=IFRS 장부에는 영업이익이 누락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영업이익에 대한 정의가 없어 항목을 표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IFRS를 부담스러워하고 반감까지 가지게 되는 것도 이 대목에서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영업손익을 재무제표에 표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매출총이익에서 판매 관리비를 뺀 과거 K-GAAP 기준의 영업이익이 궁금할 것이다. 이때는 여러 데이터서비스 회사들이 제공하는 '조정영업이익'을 찾아보면 된다. 와이즈에프엔 에프앤가이드 등은 주석에 표시된 영업이익 내역을 분석해 예전 기준의 영업이익을 산출해준다. 영업이익률이나 이자보상배율처럼 기업 분석에 긴요한 지표들은 조정영업이익으로 계산한 뒤 서로 비교해보면 된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