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0대 기업 중 12개를 설립했거나 경영하고 있는 사람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블룸버그통신의 설립자 마이클 블룸버그,인텔 설립자 앤디 그로브,명품 의류기업을 만든 랄프 로렌,스타벅스 설립자 하워드 슐츠,마이크로소프트 CEO 스티브 발머,구글 설립자 세르게이 브린,델 설립자 마이클 델,헤지펀드의 귀재인 조지 소로스,FRB 의장 벤 버냉키,FRB 전 의장 앨런 그린스펀 등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서 있는 유대인이 수두룩합니다. 폴 크루그먼,밀튼 프리드먼,폴 새뮤얼슨 등 유대인 출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도 24명이나 됩니다. 비즈니스와 돈에 관련된 일에는 유대인이 독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상술을 보유한 민족,그 가운데서도 최초로 올림픽을 비즈니스 방식으로 치러낸 피터 유베로스(사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상업 올림픽의 시초
유베로스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흑자로 치러낸 유대인 사업가입니다. 그 공로로 올림픽 특별 금메달을 받았고,타임지에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일흔살이 넘은 현재까지도 미국올림픽위원회(USOC)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올림픽으로 돈을 버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지만,그 시작은 유베로스부터입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올림픽은 적자 사업이었기 때문에 정부 지원 없이 치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습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은 10억달러라는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게다가 1984년 열린 LA 올림픽에는 소련과 공산권 국가들이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LA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덜컥 행사를 유치한 겁니다. 미국 연방정부와 LA 시정부도 지원을 안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막막했죠.LA 시민들이 올림픽 개최 반대 시위를 벌였을 정도였습니다.
#사업 기회의 포착
그런 상황에서 유베로스라는 사업가가 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자원하고 나섰습니다. 자기한테 맡겨주면 행사를 성공시키고,흑자까지 만들어내겠다고 말했습니다. 모두 다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유베로스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정부 지원금 한 푼 없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고,엄청난 흑자까지 거뒀습니다. 비결이 무엇이었을까요.
남들은 안 될 거라고 했지만 유베로스에게는 흑자가 눈에 보였습니다. 그는 역대 올림픽의 손해 원인을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했습니다. △정부에만 자금 조달 의존 △체육 기초시설과 운동장 건설비용 과다 △서비스 시설과 인력 서비스 비용 과다 △광고 선전과 기업들의 찬조 불충분.유베로스가 보기에 비용은 대폭 낮추고 수입은 늘릴 여지가 많았습니다. 그의 분석은 맞았습니다. 올림픽에는 엄청난 사업 기회가 숨어 있는데도 사람들이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기회를 유베로스가 잡아챈 것이죠.
#흑자유치 위한 아이디어
유베로스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시도했습니다. 먼저 전국에 걸쳐 성화 봉송 릴레이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시큰둥하던 올림픽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관심도를 높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만 명의 자원봉사자도 확보했습니다. 고조된 국민적 관심은 중계권과 후원금에도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그는 기존의 운동장과 스타디움을 활용해 시설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고,수입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기업들이 올림픽을 이용해 지명도를 높이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활용했습니다. 기업들 간 경쟁을 유발하기 위해 찬조기업의 숫자를 30개로 제한,업종별로 찬조기업은 하나만 선정하며 찬조금 규모는 최소한 500만달러가 넘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후지필름,도요타자동차,코카콜라 등의 기업이 단독 찬조권을 얻기 위해 거액의 찬조금을 제공했으며,그 액수는 3억8500만달러에 달했습니다.
#중계권 판매의 시작
그는 또 올림픽 경기의 텔레비전 중계권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올림픽은 세계 30억여명의 시청자가 관심을 갖는 잔치인 만큼 중계권을 가진 방송회사는 막대한 광고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을 터였습니다. 유베로스는 미국의 방송사인 ABC와 NBC 사이의 경쟁을 촉발,ABC 방송사로부터 중계권 대가로 2억5000만달러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국 밖에서도 중계권 수입을 일궈냈습니다. 일본 화페이에는 독점 중계권료를 1850만달러에 팔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유베로스는 중계권 판매 대가로 2억8000만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그는 또 올림픽 경기별로 좋은 좌석을 따로 떼어 많은 찬조금을 내는 사람에게 판매,2500만달러의 수입을 거둬들였습니다.
결국 모두의 우려와는 달리 올림픽은 성공적으로 개최됐습니다. 세계 140개국에서 8000여명의 선수들이 24개 종목의 경기에 참여했습니다. 올림픽이 끝나고 보니 유베로스가 모은 돈은 100억달러에 달했습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제23회 LA올림픽은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나중에 정확히 계산해 보니 2억5000만달러의 흑자가 났다고 합니다. 유베로스 자신도 47만달러의 보너스를 받았지만,모두 자선기금으로 내놓았습니다.
#"돈벌이는 신의 축복이다"
이런 것이 유대인 상인다운 면모입니다. 유대인의 문화와 생활태도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탈무드에는 '돈이란 악이 아니며 저주도 아니다. 돈은 인간을 축복하는 것이다'란 구절이 나옵니다. 유대인들에게 돈을 번다는 것은 신의 축복에 다름 아닙니다. 또 그들은 인간에게 상처를 입히는 세 가지로 고민과 말다툼,빈 지갑을 꼽습니다. 그중 빈 지갑이 인간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돈 버는 일을 훌륭하고 떳떳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녀의 경제교육에서도 서로의 몫에 대해 계산은 분명히 하되 그것에 기초해서 열심히 벌고,그 중 일정 금액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쓰도록 가르칩니다. 그가 자신의 보너스를 기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됩니다. 누구도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행사를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로 만들고 성공적으로 치러낸 유베로스는 어쩌면 이 유대 격언을 곱씹었을지도 모릅니다.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
김정호 자유기업원원장 chunghokim@hotmail.com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숭실대 법학 박사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주임연구원,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저서='블라디보스토크의 해운대행 버스''왜 우리는 비싼 땅에서 비좁게 살까''땅은 사유재산이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