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차량 대여 업체인 집카(Zipcar)가 기업공개(IPO)를 실시한 지난 14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 스퀘어 광장.집카의 최고경영자(CEO)인 스콧 그리피스는 집카 로고가 새겨진 미니쿠페 차량 옆에 서서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나스닥시장이 열리자 그는 "마침내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나스닥 상장은 성공적이었다. 당초 시장 전문가들은 집카의 공모가를 주당 14~16달러로 예상했다. 그러나 집카 공모가는 18달러로 정해졌다. 상장 첫날 종가는 공모가보다 56% 높은 28달러였다. 같은 날 상장한 맥도날드 계열 남미 최대 체인점 아르코스도라도스가 공모가 대비 25% 상승한 것과 대비됐다. 집카는 공모 첫날 총 970만주를 발행해 1억7430만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시간을 쪼개니 시장이 생겼다

집카는 기존 렌터카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집카는 '차량을 왜 하루 단위로밖에 빌리지 못하나'라는 점에 착안했다. 시간 단위로 서비스 시간을 쪼개 차를 빌려주면,더 많은 고객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비용이 줄어 타지 사람뿐 아니라 자기가 사는 지역 내에서 이동하려는 사람들도 차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렌터카 고객 범위 밖에 있던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들이 집카의 주요 고객이 된 배경이다.

집카는 또 서비스 절차를 단순화했다. 이 회사가 하는 일은 시내 곳곳 주차장에 집카 전용 차량을 세워두고,회원들에게 차문을 열 수 있는 '집카드'를 배부하는 것이다. 고객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집카 차량을 검색할 수 있다. 소형차 대형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럭 등 다양한 종류의 차가 있기 때문에 사용 목적에 따라 차량 선택이 가능하다.

가까운 주차장에 들러 원하는 차량을 찾아 회원 가입시 받은 집카드를 차 앞유리에 부착한 인식기에 대면 문이 열린다. 운전자는 차량을 곧바로 이용할 수 있다. 무선인식 전자태그(RFID) 등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집카는 이런 영업 방식을 '차량공유(car-sharing)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직접 영업점을 방문해 차를 인도받는 기존 렌터카 서비스에 비해 절차를 크게 단순화했다. 고객들이 차를 빌릴 때마다 계약서를 쓰고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등 각종 서류 작업을 거쳐야 하는 수고도 필요없다.

추가 비용도 없앴다. 렌터카는 빌릴 때마다 보험료를 따로 내거나 기름이 떨어지면 자기 돈으로 채워 넣어야 하지만 집카는 가입비 25달러와 연회비 60달러를 내면 회원으로 등록할 수 있고,차량 이용시 시간당 7.5달러만 내면 된다.

◆스마트폰과 더불어 성장

2000년 설립된 집카는 한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차량 구입과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계속 투자해왔기 때문이다. 2009년 467만달러였던 순손실은 지난해 1410만달러로 1000만달러 가까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집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대해 "이 회사의 현재가 아닌 미래를 봤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집카는 스마트폰 시대를 가장 잘 이용하는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 매출은 2007년 5781만달러였지만 아이폰 출시 이듬해인 2008년 매출은 1억569만달러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스마트폰의 위치기반 서비스 덕분에 집카 이용자들이 증가한 것이다. 집카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은 2009년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의 여행 안내도구'로 선정됐다.

같은 해 그리피스 CEO는 허핑턴포스트가 첨단기술을 가장 잘 활용한 인물에게 주는 '하이테크 스타상'을 받았다.

집카의 미래를 내다 본 또다른 인물은 아메리카온라인(AOL) 창업자인 스티브 케이스다. 그는 2005년 집카의 사업성을 확신하고 2억달러를 투자했다. 케이스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과 일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며 "집카도 AOL처럼 시작은 작은 회사였지만 앞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치마크캐피털 스매드빅캐피털 등 유명 벤처캐피털들도 집카에 투자했다.

◆공격적 사업 확장

뉴욕타임스(NYT)는 집카가 아직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 데 대해 "자동차를 대량 구매하고 주차 부지를 대거 확보해야 하는 등 초기 투자비용을 많이 써야 하는 업종의 특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집카는 최근 몇 년 사이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였다. 2009년에는 영국 차량 대여 업체인 스트리트카를 인수해 런던에서도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 미국 캐나다 영국 등 3개국 14개 도시에서 집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차량 보유 대수도 2009년 3000여대에서 지난해 8000여대로 크게 늘었다.

투자를 늘린 덕분에 매출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억8610만달러로 2009년(1억3118만달러)에 비해 42% 늘었다. 그리피스 CEO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3년 후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