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해외투자 규모를 현재보다 최대 3배까지 늘린다.해외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증한 외환보유액을 줄이는 동시에 미국 일변도인 투자 대상국을 다변화하기 위한 조치다.CIC는 미 국채 뿐 아니라 귀금속 에너지 등 상품 시장은 물론 해외에 진출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도 대폭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CIC ‘실탄’ 최대 3배로 키운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CIC가 중국 정부로부터 1000억∼2000억달러(110조∼220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조만간 배정받을 것이라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현재 CIC가 해외에서 운용하고 있는 자금 규모는 총 1100억달러다.새 자금을 수혈받으면 해외투자를 위한 CIC의 ‘실탄’은 지금의 2∼3배로 불어날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CIC에 신규 자금을 투입키로 결정한 것은 미 국채 투자가 지나치게 많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중국은 미 국채의 8%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단일 국가로는 최대 규모다.관계자는 “중국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신규자금 투입 결정까지) 1년이 걸렸다”고 전했다.최근 S&P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는 등 미 국채가격이 하락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중국 외환보유액의 약 3분의 2는 달러 자산으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말 기준 사상 최초로 3조달러를 넘었다.중국은 2006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외환보유 국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외환보유액이 지나치다는 주장이 잇따르면서 당국도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를 잇달아 내고 있다.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최근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합리적 수준을 넘어서 지나치게 증가했다”면서 “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중국 당국은 적정 수준을 1조달러로 판단하고 있다.2007년 CIC 출범 당시 외환보유액이 1조500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급증한 외환을 CIC를 통해 해외투자로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상품 에너지 등에도 적극 투자할 듯

CIC가 신규 자금으로 어떤 자산에 투자할 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상품시장을 우선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관련,중국 현지 언론은 최근 “당국이 금이나 기타 귀금속,에너지 등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나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펀드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CIC가 사모펀드(프라이빗에퀴티) 형태로 해외 기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CIC가 금융위기 이전에 미국의 블랙스톤과 모건스탠리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긴 했지만 경험을 쌓으면서 전문성과 자신감을 키웠다는 설명이다.FT는 사모펀드 관계자 말을 인용해 “CIC가 출범 초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더 많은 지식을 보유하게 됐다”며 “앞으로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CIC는 해외에 진출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도 대폭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CIC는 홍콩에 상장된 중국 반도체업체인 SMIC의 지분 11.6%를 최근 3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FT는 중국 국영기업들이 정부의 후원 아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며 CIC가 이들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