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부실기업 상당수가 주주총회에서 '섀도 보팅(중립투표.Shadow voting)'을 악용해 주주참여를 제한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취약한 경영상태 때문에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코스닥 상장사 32개 중 20곳(62.5%)이 지난 정기주총을 앞두고 정족수를 채우려고 섀도 보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사 991개 중 40.3%인 399개 기업이 섀도 보팅을 신청한 데 비해 눈에 띄게 높은 수치다. 경영이 부실한 기업들이 주주들의 감시를 회피하고자 섀도 보팅을 악용했을 개연성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섀도 보팅은 주주가 주총에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해 정족수를 맞추고, 주총에 참석해 투표한 주식 비율을 의안 결의에 그대로 적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예탁원은 법규(자본시장법 제314조 5항)에 따라 주총 전 신청 기업에 한해 예탁된 주식의 의결권을 빌려준다. 기업들의 원활한 주총 진행을 목적으로 도입한 제도지만 대주주의 지배력만 키우는 부작용이 빈번하다. 예탁원 관계자는 "발행회사에서 개별통지 없이 소액주주를 배제하고 안건을 원하는 대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있다. 신청서류를 자세히 심사하고 있지만 악용되는 것을 모두 막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주참여만 보장되면 경영 상태가 개선될 것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두 변수 간에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섀도 보팅과 전자투표를 병행하는 법안이 보완책으로 마련돼 국회에 상정됐지만, 1년이 지나도록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소액주주는 대개 경영권에 무관심하다. 주총에 일일이 참여해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도 물리적으로 어렵다. 전자투표를 활성화하는 것이 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작년 8월 처음 도입된 전자투표시스템(K-evote)을 활용하면 섀도 보팅 없이 정족수를 충족시키면서 소액주주들의 경영권 참여를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전자투표를 도입한 상장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지난해 조문환 한나라당 의원이 섀도 보팅을 시행하는 상장사에 전자투표를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전자투표를 도입하면 회사 경영에 주주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 전자투표로 섀도 보팅의 부작용도 줄일 수 있지만, 참여도가 낮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한정연기자 jy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