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로열 웨딩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은 전권을 휘두르면서도 왕비가 되려 애쓴다. 그래야 왕족인 성골이 될 수 있다고 믿는 탓이다. 신분 상승을 위해 안간힘을 쓴 건 극 속 인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기작가 츠바이크가 그려낸 두 거인 에라스무스와 발자크 모두 귀족병 환자였다.
발자크(1799~1850)는 특히 더했다. 30세 때 자기 이름이 오노레 발자크가 아니라 오노레 '드' 발자크라고 공표한 뒤 남들의 조롱에 아랑곳없이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고 우겼다. 뿐만 아니라 귀족이 되려는 열망으로 귀족 미망인 한스카 부인을 20년 넘게 쫓아다녔다.
그러나 돈 많은 귀족 아내를 얻은 지 5개월도 안돼 사망함으로써 그토록 염원했던 귀족 노릇은 한낱 꿈으로 끝났다. 그를 귀족으로 만든 건 한스카 부인이 아니라 평생 하루 15시간 넘게 매달려 완성,'소설로 쓴 19세기 역사 내지 백과사전'이란 평을 얻은 대작 '인간희극'이었다.
과거 유럽 사회에서 타고난 귀족이 아닌 사람이 귀족으로 뛰어오를 수 있는 길은 왕족이나 나라를 위해 공을 세워 기사(騎士)가 되는 것이었다. 남자의 신분 상승 통로가 기사였다면 여성의 사다리는 왕족 및 귀족과의 결혼이었다.
신데렐라가 지닌 환상의 힘 덕일까. 영국 왕위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자와 평민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 소식으로 세계가 떠들썩하다. 최대 8000만 파운드(1400억원)가 들었다는 이들의 결혼식(29일 오후 6시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전 세계로 생중계된다. 하객은 1900명.덴마크 스페인 등 46개국 왕족과 외국 국가원수가 초청됐지만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제외됐고 영국 안에서도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빠졌다고 한다.
두 사람이 초청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왕실 대변인은 "기사 작위가 없어서"라고 밝혔다는 소식이다. 두 사람이 "그까짓 것" 할지 "그래도" 하며 아쉬워할지는 알 길 없다. 어쨌거나 세상은 바뀌었다. 여론조사 결과 영국 여성 중 케이트가 부럽다는 사람은 얼마 안됐다는 보도다.
세기의 로열 웨딩도 구경거리일 뿐 자신이 그 당사자가 되기를 원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 국내도 다르지 않다. 재벌 2세와의 결혼도 더 이상 선망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딸을 둔 중산층 부모가 원하는 건 비슷한 집안의 착하고 똑똑한 사윗감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발자크(1799~1850)는 특히 더했다. 30세 때 자기 이름이 오노레 발자크가 아니라 오노레 '드' 발자크라고 공표한 뒤 남들의 조롱에 아랑곳없이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고 우겼다. 뿐만 아니라 귀족이 되려는 열망으로 귀족 미망인 한스카 부인을 20년 넘게 쫓아다녔다.
그러나 돈 많은 귀족 아내를 얻은 지 5개월도 안돼 사망함으로써 그토록 염원했던 귀족 노릇은 한낱 꿈으로 끝났다. 그를 귀족으로 만든 건 한스카 부인이 아니라 평생 하루 15시간 넘게 매달려 완성,'소설로 쓴 19세기 역사 내지 백과사전'이란 평을 얻은 대작 '인간희극'이었다.
과거 유럽 사회에서 타고난 귀족이 아닌 사람이 귀족으로 뛰어오를 수 있는 길은 왕족이나 나라를 위해 공을 세워 기사(騎士)가 되는 것이었다. 남자의 신분 상승 통로가 기사였다면 여성의 사다리는 왕족 및 귀족과의 결혼이었다.
신데렐라가 지닌 환상의 힘 덕일까. 영국 왕위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자와 평민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 소식으로 세계가 떠들썩하다. 최대 8000만 파운드(1400억원)가 들었다는 이들의 결혼식(29일 오후 6시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전 세계로 생중계된다. 하객은 1900명.덴마크 스페인 등 46개국 왕족과 외국 국가원수가 초청됐지만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제외됐고 영국 안에서도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빠졌다고 한다.
두 사람이 초청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왕실 대변인은 "기사 작위가 없어서"라고 밝혔다는 소식이다. 두 사람이 "그까짓 것" 할지 "그래도" 하며 아쉬워할지는 알 길 없다. 어쨌거나 세상은 바뀌었다. 여론조사 결과 영국 여성 중 케이트가 부럽다는 사람은 얼마 안됐다는 보도다.
세기의 로열 웨딩도 구경거리일 뿐 자신이 그 당사자가 되기를 원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 국내도 다르지 않다. 재벌 2세와의 결혼도 더 이상 선망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딸을 둔 중산층 부모가 원하는 건 비슷한 집안의 착하고 똑똑한 사윗감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