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한 고려아연이 외국계 증권사의 분석보고서 하나에 된서리를 맞았다.

26일 오후 2시36분 현재 고려아연은 전날보다 3만1000원(6.37%) 급락한 45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고려아연 주가 반토막 나야 한다?

이날 골드만삭스에서 고려아연에 대해 '매도' 의견과 목표주가를 25만7000원으로 유지한 리포트를 낸 것이 화근이 됐다. 이 목표주가는 전날 종가(48만7000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고려아연에 대해 은과 금 등 귀금속 가격 강세가 이어지며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줄지어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골드만삭스는 고려아연에 대해 1분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다고 하면서도 실적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18%에 불과하지만 주가 상승률은 134%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고려아연의 주가는 현재 경쟁사인 벨기에 아연업체 니어스타보다 276%나 프리미엄 받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은 가격 상승이 이미 영업이익이 반영돼 있으며, 원화 강세도 이어지고 있어 달러 기준으로 거래하는 고려아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 증권사 "외국계 실적 전망치 비현실적"

하지만 국내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골드만삭스가 전망한 고려아연의 올해 실적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고려아연의 올해 세전 영업이익이 6679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평균 전망치는 8260억원 수준이다.

전날 발표된 고려아연의 국제회계기준(IFRS)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2380억원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고려아연의 IFRS와 K-GAPP 기준간이 실적 차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1분기에만 23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올해 고작 6679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면 다음 분기부터 영업이익이 분기당 1500억원 수준으로 급감한다는 것이냐"며 반문했다.

더욱이 아연 등 비철금속의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금이나 은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수익성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미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속 가격은 2분기가 1분기보다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고려아연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은 가격은 1분기보다 30%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아연 경쟁사 대비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분석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이원재 S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고려아연은 아연제련소로 시작했으나 최근에는 아연보다 부산물이 절반을 웃돌고 있고 이번 분기에는 최초로 은이 아연매출액을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수익성과 기술력을 볼 때 전세계에서 비교 대상이 없다는 판단이다.

조강운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고려아연이 달러 기준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원화 강세 리스크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달러 약세는 결국 안전자산인 금과 은의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리스크는 상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의 이 같은 분석에 대해 한 애널리스트는 "골드만삭스가 최근 원자재 시장 전망을 비관적으로 바꾼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2일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며 상품 투자를 중지하고 이익을 실현할 것을 조언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6월에도 현대제철에 대해 '매도' 보고서를 낸 적이 있지만, 현대제철 주가는 이후로도 강세를 이어가며 최근까지 50% 이상 상승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