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부펀드들이 아일랜드 종마(種馬) 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아일랜드 정부 소식통을 인용,"중동 국부펀드들이 아일랜드에서 종마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국립자산운용국(NAMA)과 접촉,넓은 부지가 딸린 최고급 호텔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이미 최소 2개의 중동 국부펀드가 아일랜드 정부 소유 고급 호텔 인수 의사를 밝혔다. 아일랜드 정부 관계자는"중동 국부펀드들은 최고급 호텔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호텔에 속한 부지를 종마장으로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호텔 건물은 종마장을 관리하는 숙소 정도로 여기는 듯하다"고 말했다.

아일랜드는 매년 세계 경주마의 10%를 공급하는 종마 강국이다. 한때 금융업,정보기술(IT) 산업과 함께 경마 관련 산업이 아일랜드 3대 기간산업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아일랜드 재정위기 등의 타격을 입으면서 지난 2년간 산업 규모가 23% 줄어든 9억유로(1조420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가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의 압력으로 종마 육성과 수출에 적용하던 면세 혜택도 없애면서 산업이 더욱 위축됐다. 수년 전 부동산 거품이 일면서 아일랜드 정부는 도시 재개발을 위해 더블린 인근의 상당수 종마장을 매입한 상황이다.

아일랜드 종마 시장에는 이미 다수의 중동 자본이 진출해 있다. 두바이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알 막툼을 비롯해 두바이 자본이 수년 전부터 아일랜드에서 수십개 목장을 운영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칼리드 압둘라 왕자도 아일랜드에 종마장을 확보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