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 대신 이메일 인증…'셧다운제 피하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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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회원가입 때 나이 인증 절차 없애
셧다운제를 피할 수 있는 편법인가,아니면 가입절차 간소화인가.
국내 대표 게임업체인 NHN의 한게임을 비롯해 최근 엔씨소프트가 신규 회원 가입을 받으면서 종전의 주민등록번호 대신 이메일 인증시스템을 적용,논란이 일고 있다. 이 경우 나이 인증 절차가 생략됨으로써 사실상 셧다운제가 무력화되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전체 이용등급 게임으로 제한
26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게임 포털인 플레이엔씨의 회원 가입 절차가 지난 14일부터 바뀐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로 사용자 인증을 받아야 했던 회원 가입이 이메일 주소 확인 절차만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신규 회원은 자신의 이메일 주소에서 엔씨소프트의 인증 메일만 확인하면 모든 가입절차가 끝난다. 한게임도 나이 인증을 통해 신규 가입하는 시스템 외에 2005년부터 간편ID 신규 회원 가입제도를 마련해 이메일 주소로만 일부 게임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다만 이메일 인증이 적용되는 대상은 전체 이용가능 등급게임으로 제한됐다.
이에 따라 엔씨소프트의 펀치몬스터,드래고니카,도전마법왕,팝캡월드,비쥬마츄,아르피아 등의 7개 게임은 사용자의 나이 확인 없이도 이용이 가능해진다.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심야시간(밤 12시~오전 6시)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시행되더라도 규제 대상 연령대의 청소년들이 심야에 해당 게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신규 회원 가입 절차가 바뀐 뒤에도 리니지,아이온과 한게임의 테라,신맞고 등 이용 연령 등급이 있는 게임을 할 경우에는 이용자의 나이 인증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에 셧다운제를 피할 수 없다.
이종배 게임물등급위원회 실무관은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전체 이용가 등급 게임은 나이 인증을 특별히 받을 필요가 없는 만큼 엔씨소프트의 바뀐 회원 가입 절차에 큰 문제는 없다"며 "하지만 셧다운제가 실시되면 규제를 피할 수 있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회원 가입을 할 때 개인 정보 입력 항목을 간소화해 더 빠르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라며 "셧다운제가 실시되면 법안 내용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셧다운제 얼마나 유용한가
하지만 게임사 측의 설명과 달리 이번 신규 회원 가입방식 변경이 절차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바뀌기 전에는 실명,주민등록번호 등을 입력해 한 번만 가입 절차를 밟으면 됐지만 지금은 이메일 주소로 가입한 뒤 연령제한이 있는 게임의 경우 나이 인증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메일 인증이 어떤 의도로 고안된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봐야할 일이지만 셧다운제를 피할 수 있는 편법들은 이미 업계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지금도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게임을 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며 "셧다운제에 관계없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게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한국입법학회에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4.4%의 청소년이 셧다운제가 시행되더라도 주민등록번호 도용과 그외 다른 방법으로 규제를 피하겠다고 답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