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랩·ELS등 '맞춤 상품' 위주 자산관리 시장 변화…대형社 성장성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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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산업 업황 전망 KB투자증권 박선호 연구원
하루가 멀다 하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지수는 증권회사들의 주가 전망을 밝히는 등불이다. 증권사 매출에서 브로커리지(주식중개)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50%를 넘고 있어서다. 주가 상승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는 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4월 들어 하루 평균 거래대금(주식워런트증권 제외)은 10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시가총액에 거래 회전율을 곱해서 산출하는 거래대금의 특성상 코스피지수 상승에 따른 시가총액 증가가 1차적인 원인이지만,개인투자자 증가에 따른 회전율 증대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개인들의 귀환은 증권주에 '파란불'
거래대금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이 유동성 유입이라는 점은 증권업 전망을 낙관하게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온 위험자산 회피 움직임이 달라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 자산시장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이자율이 제로(0) 수준까지 떨어졌음에도 예 · 적금으로의 자금 쏠림이 강화돼 은행권 자금 유입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타난 경기 회복은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늘렸다. 특히 랩어카운트의 등장은 자본시장에 대한 자금 유입과 증권사 수익 개선의 촉매제가 됐다. 금융위기 와중에 펀드에서 큰 손해를 보고 대체 투자처를 모색하던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는 새로운 상품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증권사들이 단순한 주식중개 업무에서 벗어나 앞다퉈 개인 자산관리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자산은 부동산 비중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금융자산 내에서도 예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증권사 수익과 직결되는 주식 및 펀드의 비중은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증권사의 실적 개선 여지가 클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낮은 실질 이자율에다 경제 성장성의 한계로 부동산에 대한 투자도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금융 투자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의 자산관리 시장은 상품 판매 측면에서도 본질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의 펀드 판매처럼 완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내 상품을 팔고 수수료를 받던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상품을 맞춤 제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랩어카운트와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상품을 증권사가 고객의 주문에 따라 설계하고 운용하는 질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자본시장 확대와 공모형이 아닌 사모형 상품의 증가는 증권사 간 경쟁을 단순한 판매력 다툼에서 상품 설계 능력 경쟁으로 바꿀 전망이다. 고액 자산가 고객 확보와 상품 설계,운용 노하우 축적 등 질적인 부문에서 차별화가 이뤄지면서 해당 분야 경쟁력을 선점하고 있는 대형 증권사의 성장성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및 제도 변화는 대형 증권사에 호재
아직까지는 증권사들이 국내 증권업 특유의 구조적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주식 중개라는 한정된 시장에서 차별화하지 않은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 60개 이상의 증권사들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질적인 경쟁보다는 주식중개 수수료 인하 등 출혈 경쟁이 심해지면서 개별 증권사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훼손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다음달 초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는 금융위원회의 한국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이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시행 직후 터진 세계 금융위기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자본시장법이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내 자본시장 전반의 성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터부시돼 왔던 헤지펀드 활성화와 증권사 간 인수 · 합병(M&A)에도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 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 같은 자본시장 전반의 구조 및 제도 변화로 국내에도 선도적 IB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대형 IB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대형 증권사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shpark@kbs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