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통신비 압박 배경엔 포퓰리즘 있다"
이석채 KT 회장이 26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운영하는 제주시 웰컴센터 기자실에 불쑥 찾아왔다. 이날 오전 KT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지역 와이브로망 구축과 관련한 협약식을 체결한 직후 도청을 떠난 지 2시간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이 회장은 작심한 듯 그동안 논란이 됐던 사안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밝혔다.

우선 통신비 인하와 관련해 비유적인 표현을 들어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통신비 인하 관련 논란이 논리보다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근거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또 오는 6월 말 종료되는 2G(세대) 서비스와 관련,2G 가입자의 3G 전환 보상이 미흡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 내놓은 수준 이상의 보상 계획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방통위 통신품질 평가에서 KT-아이폰이 가장 나쁘게 나왔는데.

"언페어(불공평)한 측면이 있다. KT는 아이폰 3G를 주력으로 했고 타사는 최신 갤럭시S로 평가했다. 아이폰4만 놓고 (경쟁사와) 비교했다면 결과가 완전히 다르게 나왔을 것이다. 모 사이트에 보면 똑같은 아이폰4로 비교했을 경우 KT가 모든 면에서 앞섰다. "

▼다른 서비스도 품질 평가가 좋지 않았다.

"와이브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40만명이 가입한 KT 와이브로와 9만명밖에 쓰지 않는 SK텔레콤의 와이브로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

이 회장은 이 대목에서 주파수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우리가 확보한 주파수는 SK텔레콤의 3분의 2밖에 안 되는데 3세대 가입자 수는 SK텔레콤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며 "주파수 부족을 우선 해결해야 품질 개선도 보다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전화 정액제 무단 가입으로 징계를 받았는데.

"잘하려다가 벌어진 불행한 일이었다. 2000년대 초엔 서면으로 개인 확인을 받는 시스템이 없었다. 그냥 전화로 물어보고,본인이 아니더라도 가입을 하곤 했다. 당시 기준엔 맞았는데 나중에 문제가 됐다. "

▼2G에서 3G로 전환해야 하는 가입자에 대한 보상이 적다는 불만이 있는데.

"보상을 한다는 것은 불편함을 주거나 번호를 없애거나 할 때 하는 것인데 더 좋은 단말기를,더 좋은 네트워크로 서비스한다는 것인데 왜 보상이 문제가 되는가. 2G에서 3G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현재 발표한 보상 수준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납득이 안 된다. KT가 보상한다고 하면 기다릴 거고 보상 안 한다고 하면 들고 일어날 거다. 이런 게 포퓰리즘이다. "

포퓰리즘을 이야기하던 이 회장은 통신비와 통신 설비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관련 질문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임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고 교육비를 무조건 낮추라고 하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겠는가"라며 말을 시작했다. 이 회장은 "(통신비는) 코스트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창출하는 원동력이기도 한데 이걸 낮추려고 하면 국가가 대신해 주든지 아니면 통신서비스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철도에 대한 비유를 들며 SK텔레콤이 시작한 무제한 데이터 정액요금제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일정 금액만 내면 똑같이 철도를 쓸 수 있다고 하면 누가 철도에 투자하겠습니까. 통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네트워크가 엄청나게 확대될 텐데 데이터를 쓰는 만큼 돈을 내야 제대로 투자도 할 수 있고 네트워크도 개선될 겁니다. "

제주=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